최우준(45) 서울평안교회 목사가 가정예배를 드리던 중 두 자녀에게 “빛과 소금으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하고 묻는다. 잠시 생각에 잠긴 맏딸 온유(13)는 “혼자 있는 친구에게 말을 걸어주겠다”고 답한다. 최 목사는 칭찬과 함께 “친구에게 먼저 인사하는 것처럼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최 목사가 ‘라이프교회’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오늘부터 가정예배’ 영상의 일부다. 그는 지난 8일 “모든 교인이 가정예배를 드렸으면 좋겠는데 다들 방법을 모르고 어려워 해서 직접 우리 가정이 예배드리는 모습을 찍어 매일 아침 송출하고 있다”며 웃었다.
이날 최 목사를 만난 곳은 서울 구로구의 교회. 애초 동작구 라이프교회에서 사역 중이라고 알고 있었기에 의아함을 안고 서울평안교회로 향했다. 연유를 묻자 최 목사는 “오는 6월 서울평안교회 담임목사 청빙 위임예식을 앞두고 있다”며 “청빙 절차를 통해 두 교회가 연합해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하나가 되는 과정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희재 목사님께서 30여년간 일궈 오신 서울평안교회는 기성교회가 가진 약점을 개혁하고자 하는 이들이 모인 교회”라며 “교인들의 질문을 진지하게 받아주고 같이 고민하며 각자가 답을 찾도록 기다려주는 주 목사님의 모습은 그동안 제가 생각하고 꿈꿔온 신앙 공동체와 닮아있기에 연합의 과정이 어렵지 않은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최 목사 역시 그간 목회자 중심의 상하구조가 아니라 교인 모두 하나 돼 각 은사에 따라 함께 세워가는 교회를 꿈꿨다. 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그 역시 청년의 때 신앙에 대한 질문의 답을 교회에서 쉽게 얻지 못하고 방황했기 때문이다.
그는 “고민에 대해 그저 ‘기도하라’는 목회자들의 원론적 대답이 이해가 잘 안 됐다”며 “지금도 이런 문제로 교회를 비판하며 떠나는 이들의 마음이 너무도 잘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모태신앙인’이였음에도 교회란 무엇인가에 대해 갈증을 느꼈던 최 목사는 직접 신학을 공부해 그 답을 찾고 싶었다. 신학교 졸업 후 온누리교회와 지구촌교회 등에서 배운 목회 사역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온누리교회에서는 교인들의 자발적인 헌신에서 오는 기쁨을, 지구촌교회에서는 목회 기획을 배웠다.
온누리교회에서 만난 조정민 목사의 베이직교회 개척과 정착을 도우면서는 성경 말씀 중심 신앙생활의 중요성을 배웠다. 그러던 어느 날 강단에서 내려오려는데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이라는 말을 차마 못 하는 자신의 모습을 봤다.
최 목사는 “100여명 정도 되는 교인들의 이름과 기도 제목도 잘 모르는데 그 말을 하는 게 맞나 싶어 불편했다”며 “목회자가 교인 개개인의 형편과 어려움, 기도 제목을 잘 아는 공동체적 교회를 만들고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2015년 라이프교회를 개척하고 난 뒤 교인들을 직접 찾아다녔다. 교인들의 직장과 집 근처에서 그들의 삶을 봤고 고민을 들었다. 과거 본인처럼 참된 교회의 모습을 찾고 있을 교인들과 답을 같이 찾고 싶었다. 어느 정도 성도들의 마음이 열리면 성경공부에 집중했다.
사역이 정착되자 베이직교회에서 사역을 도왔을 당시 기존 교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교회를 떠나는, 신앙은 있지만 교회는 안 나가는 이른바 ‘가나안 성도’들이 참 많다는 게 생각났다. 교인의 지인 중 그런 이들을 소개받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최 목사는 “처음엔 성경이나 신앙 얘기를 전혀 하지 않고 밥을 먹으며 삶을 먼저 나눈다”며 “상대방이 먼저 궁금해서 교회와 신앙에 관해 묻기 시작하면 그제야 답해주고 자연스레 교회에 대한 오해도 풀어준다”고 했다. 부모를 비롯해 신앙을 가진 이들의 이중적 모습에 실망한 이들부터 세속적인 교회 모습으로 떠난 이들까지 사례는 다양했다. 그런 사연을 전해 들을 때면 그는 사과부터 했다.
최 목사는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많이 열리더라”며 “비판하기보다는 비판받지 않는 교회를 같이 만들어나가자고 하면 다들 관심을 두고 참여하려 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지역을 위한 구제 사역을 못 해도 선교사 파송을 못 해도 된다”며 “그러나 교회 공동체에 들어온 이들만큼은 외롭지 않기를, 월세나 카드값 때문에 우울증 겪고 극단적인 선택하는 이가 없기를, 교회에 오면 참 좋다고 말하는 이가 많아지길 바랄 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렇게 교회는 30~50대 연령대로 꾸려진 ‘젊은 교회’가 됐다. 최 목사는 교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교회 공동체가 세워지길 바란다. 그래서 교회 표어도 교인들이 직접 투표로 정하게 하고 수련회도 교인들이 직접 일정을 짜도록 돕는다.
무엇보다 교인들이 성경 말씀을 제대로 아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최 목사는 하이델베르크 요리 문답을 성경공부 교재로 활용해 가르치고 있다. 5년 전 한 교인의 후원을 받아 문답을 10여분짜리 애니메이션 10편으로 제작했다. 시나리오를 직접 구성하고 영상제작 전문가와 하나씩 소통해가며 만들었다. 교회 유튜브 채널에 올린 이 콘텐츠는 적게는 1만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최 목사는 “목회자가 일방적으로 방향을 정하는 게 아니라 성도 스스로 고민하고 답을 찾아갈 수 있는, 종교인이 아닌 신앙인을 키우고 싶다”며 “‘가족 같은’이 아닌 진짜 ‘가족’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