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모병제 공약

입력 2025-04-19 00:40

대선주자들의 병역제도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징병제를 유지하되 전문 병과는 모병으로 전환하는 ‘선택적 모병제’ 공약을 내놨다. 같은 당 김동연 후보는 여성도 지원할 수 있게 ‘남녀 모병제’를 제안했다.

국민의힘에선 홍준표 후보가 ‘모병제 대폭 확대’ 공약을, 나경원 후보가 여성도 기초군사훈련을 받게 해 ‘안보 인재’로 키우겠다는 약속을 했다. 양향자 후보도 ‘여성 모병제’ 도입을 발표했다. 유정복 후보는 모병제 대신 여성도 징집하는 ‘모두 징병제’를 제안했다. 김문수 후보는 모병제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여성의 병역 의무화를 주장했다.

과거엔 모병제를 주장하면 비판받기 일쑤였다. ‘금수저 병역 면제 제도’란 이유에서다. 또 여성 모병·징병제는 이대남(20대 남성) 표를 얻기 위한 갈라치기 공약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그런데도 이번에 공약이 대거 쏟아진 것은 인구사회학적 환경이 크게 변화돼서다. 우선 인구절벽으로 징병제만으로 병역 자원을 확보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또 과학전 및 장비전이 중요해진 현대전 특성상 일률적으로 징집한 불특정 다수보다 전문성을 가진 엘리트 정예 강군을 키울 필요성도 커졌다. 그간 모병제의 단점이 징병제보다 예산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었으나 그 격차도 많이 줄었다. 병장 월급이 2016년 19만원이었지만 지금은 적금 혜택까지 포함하면 205만원이다. 현행 징집제 하에서는 남성만 손해본다는 불만이 있지만 모병제로 전환해 월급이 더 많아지면 여성 차별, 취업 차별이라는 얘기가 나올지도 모른다.

이렇게 변화된 환경을 감안하면 병역제 개편에 대해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선거 때만 반짝 주목받다 사라지는 ‘떴다방 공약’으로 내버려두기엔 세상이 너무 달라졌다. 자칫 잘못 건들면 골치 아픈 이슈라서 다들 방치해온 측면이 있는데, 이번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면 좋을 것이다.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