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식료품 특화매장 ‘푸드마켓’ 고덕점이 서울 강동구에 첫선을 보인 17일 오전. 영업시간 전부터 매장 입구는 오픈런하는 손님들로 발 디딜 곳이 없었다. 200명 안팎의 인파가 몰리자 이마트 측은 원래 개장 시간보다 10분 당겨 오전 9시50분에 매장을 열었다.
대구 수성점에 이어 이마트의 두 번째 식료품 특화매장 푸드마켓 고덕점이 이날 첫선을 보였다. 딸기 2박스 9980원, 바나나 1송이 980원, 국내산 삼겹살·목살 1980원 등 고물가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을 잠시 잊을 만큼 저렴한 가격표가 눈길을 끌었다. 한 판에 2980원인 무항생제 계란을 사기 위해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광경도 펼쳐졌다. 고덕동에 사는 주부 최모(38)씨는 “가까이에 대형마트가 없기도 하고 쿠팡이나 컬리가 저렴하고 편해서 주로 온라인으로 장을 봤는데 오늘 와보니 가격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푸드마켓 고덕점에 그로서리 상품 개발·매입·기획 노하우 등 본업 경쟁력의 정수를 집약시켰다. 21개의 특화존으로 구성된 매장 구조, 일반 점포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라인업의 과일과 스틱 채소 등은 장보기의 재미를 더했다. 4925㎡(1490평) 규모로 일반 점포의 절반 크기지만 그로서리 상품 가짓수는 1만3000여개에 이른다. 국내산 돼지고기, 오징어, 양파, 대파, 바나나 등 10대 신선식품은 최저가 수준으로 판매된다.
특화존에는 ‘K흑돼지’, ‘연어의 모든 것’ 등 눈길을 끄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흑돼지는 제주도 특산물이라 종을 보존하기 위해 시장에 쉽게 유통하지 않는다”며 “제주도·지리산·일반 흑돼지 등 종류별로 ‘삼고초려’해서 확보한 상품군”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신도시·오피스 복합 상권에 있는 만큼 직장인을 겨냥한 ‘테이스티픽’도 자신 있게 선보이는 특화존 가운데 하나다. 셰프들과 공동 개발한 초밥과 샐러드, 각종 튀김 및 구이류 등이 약 10m가량 쭉 펼쳐있어서 다양하게 골라 먹을 수 있는 코너다. 점심시간이 되자 초밥 도시락을 사려는 직장인들이 몰리기도 했다.
고덕점 오픈은 대형마트 침체기 속 이마트가 수년간 진행해 온 효율화 작업을 지나 본격 출점 전략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형마트의 전통적 강점인 신선상품 주도권을 이커머스에 더는 빼앗기지 않겠다는 절박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강동구 주민 이모(43)씨는 “제품, 가격 모두 너무 괜찮다”며 “신선식품은 직접 눈으로 보고 사는 게 마음이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