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관세 협상에 본격 돌입했다. 양국은 첫 협의에서 최대한 조기에 합의안을 마련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다만 협상 범위를 무역 문제로 제한하려는 일본과 달리 미국은 방위비분담금 증액 문제를 테이블에 올려 협상이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미·일 협상은 다음 주 미국과 협상을 시작하는 한국에 의미 있는 참고 자료가 된다.
미·일 언론에 따르면 워싱턴DC를 찾은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 등 일본 대표단은 16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 TR) 대표 등과 회담한 뒤 “양측이 90일 내 조기 합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2차 회담을 이달 중에 실시하고 실무진 협의도 지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협상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아카자와 경제재생상과 50분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의 협상이 최우선”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서 “일본 무역 대표단과 만나서 큰 영광”이라며 “큰 진전”이라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의 발언과 달리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일본은 협상 범위를 관세·무역 등 경제 문제에 한정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면담 자리에서 주일미군 주둔 비용 등을 거론하며 “불공정하다”는 불만을 표했다고 한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도 취재진이 ‘환율이나 안보 관련 논의가 있었느냐’고 묻자 “이 표현을 쓰면 알 것이다. 환율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답해 방위비 문제가 다뤄졌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향후 협상 전망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는 협상 결과를 보고받은 뒤 기자단과 만나 “미국과 일본 사이 여전히 입장 차가 있다. 쉬운 협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와 회담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 일본처럼 방위비 부담 확대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해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아사히신문은 트럼프가 일본 대표단을 직접 만난 것을 두고 “미국이 통상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불만을 가진 모든 주제가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각국에 보여주고 조기 합의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