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일성의 생일 ‘태양절’(4월 15일)에 미국 B-1B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전개를 두고 강하게 반발했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는 최대 57t의 폭탄을 장착할 수 있고, 빠른 속도로 적진을 은밀히 타격할 수 있는 미국의 대표적 공중전략 자산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7일 국방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지난 15일 B-1B의 한반도 전개를 두고 “우리 국가의 안전에 대한 노골적인 위협”이라며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극도의 위험 수준으로 격상시키는 엄중한 도발”이라고 지적했다. 대변인은 “미국의 침략적 기도를 강력한 힘으로 억제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양국은 15일 한반도 상공에 B-1B 전략폭격기를 전개하며 연합공중훈련을 진행했다. 한·미가 북한의 최대 명절인 태양절에 맞춰 대북 억제 능력을 과시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북한은 그간 B-1B의 한반도 전개 때마다 예민한 반응을 보여 왔다. 지난 1월 15일 한·미·일 3국 연합공중훈련 당시 한반도 인근 공해 상공 전개 때는 국방성 공보실장, 지난 2월 20일 한반도 전개 때는 외무성 대외정책실장이 반발 담화를 냈다.
이는 우선 북한이 B-1B에 큰 위협을 느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B-1B는 최대 속도가 마하 1.25에 달하며 최대 1만2000㎞를 비행할 수 있는 초음속 전략폭격기다. B-52, B-2와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로 꼽히며 괌에서 한반도까지 2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B-52나 B-2보다 월등히 많은 무장량을 자랑한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서는 지난 15일 딸 주애와 함께 평양 화성지구 3단계 준공식에 참석해 공개 행보를 했다는 점에서 더 불쾌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김정은이 현지지도하는 날 B-1B가 머리 위에 왔다는 건 본인과 딸을 죽이겠다는 말로 들릴 수 있다”며 “북한으로서는 최고 존엄에 대한 도전인 셈”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트럼프 2기 행정부를 향해 북·미 대화를 원한다면 우선 전략자산 전개부터 멈추라는 신호를 내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우리 군은 B-1B 전개에 공격적인 의도는 없다고 반박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원인 제공자가 한·미의 정당하고 방어적인 군사 활동을 비난하는 것은 그야말로 이치에 맞지 않는 적반하장 행태”라고 말했다. 한·미 공군은 이날부터 다음 달 2일까지는 90여대의 공중전력과 1100여명의 인원이 참가하는 ‘프리덤 플래그’를 진행한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