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액화이산화탄소(LCO2) 운반선을 차세대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탄소포집저장(CCS) 시장 확대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선에 이은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하면서 선점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HD현대미포는 최근 울산 본사에서 2만2000㎥급 LCO2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에 대한 진수식을 진행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선박은 그리스 ‘캐피탈 클린 에너지 캐리어’로부터 수주한 4척 중 첫 번째 선박으로, 현재까지 건조된 LCO2 운반선 중 세계 최대 규모다. 기존 상용화된 7500㎥급 대비 세 배 가까이 크며, 영하 55℃를 유지하는 바이로브형 저장탱크 3기를 탑재해 LCO2는 물론 액화석유가스(LPG), 암모니아 등 다양한 액화가스 화물 운송이 가능하다.
LCO2 운반선의 수요는 글로벌 CCS 시장의 확대와 맞물려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연간 6기가t의 CO2를 포집·저장해야 하며, 이 중 약 20%는 해상 운송이 필요하다. 글로벌 CCS 연구소는 오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CO2 운송·저장 프로젝트 수가 2020~2025년 대비 약 4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는 2050년까지 약 2500척의 LCO2 운반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수주 경쟁은 이미 본격화했다. 중국 다롄 조선소는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7500㎥급 LCO2 운반선을 진수했으며, 일본은 주요 해운사와 조선사가 공동으로 LCO2 운반선의 표준 사양을 개발 중이다.
국내 조선사들도 기술 개발과 수주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HD현대는 지난해 4월 울산 본사에 ‘선박 탄소중립 R&D 실증설비’를 구축해 LCO2 기술 개발을 시작했고 한화오션은 지난해 6월 대형 LCO2 운반선에 대한 기본승인을 획득했다. 삼성중공업은 선박용 이산화탄소 포집·액화·저장설비(OCCS)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오지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LCO2 운반선은 CO2뿐 아니라 암모니아, LPG 등도 운송 가능한 고부가가치 선박”이라며 “LNG 벙커링선과 함께 수익성이 높은 가스선 분야에서 조선업계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