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기다린 콜드플레이 내한… 30만명 떼창이 시작됐다

입력 2025-04-17 18:22 수정 2025-04-17 18:23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이 16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내한 공연에서 노래를 부르며 관객들에게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마틴은 공연을 즐기는 팬들을 향해 “우리 모두가 하나의 밴드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이곳에 있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다. 다시 한국을 찾고 싶다는 꿈을 여러분이 이루게 해줬고, 여러분은 지금껏 우리가 만난 관객 중 세계 최고다. 모두가 하나의 밴드가 된 느낌이다.”

16일 저녁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8년 만에 국내 팬들을 만난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이 관객들을 향해 말했다. 콜드플레이는 오는 25일까지 총 6회의 공연을 펼친다. 전 회차가 매진돼 회당 5만명, 6일간 30만명의 관객이 공연장을 찾을 예정이다.

콜드플레이는 이날 ‘비바 라 비다’ ‘패러다이스’ ‘옐로’ ‘스카이 풀 오브 스타스’ 등 대표곡을 끝없이 선보이며 팬들과 함께 공연을 즐겼다. 방탄소년단(BTS)과 협업한 ‘마이 유니버스’ 무대에선 BTS 멤버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인연을 강조했다.

‘픽스 유’를 부를 때는 마틴이 “한국 관객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노래를 잘한다”면서 관객들에게 마이크를 넘기기도 했다. 이번 내한 공연 전 회차에 게스트로 참석하는 걸그룹 트와이스는 ‘위 프레이’ 무대를 콜드플레이와 함께 꾸몄다.

역대급 팬 서비스도 펼쳐졌다. 관객을 무대로 초청해 요청하는 노래를 들려주는 ‘송북(songbook)’ 코너에선 ‘군 복무 중 공연에 왔다’는 손팻말을 들고 있던 관객을 무대 위로 올라오게 했다. 마틴은 “내 친구인 BTS 멤버들도 군 복무 중이라 당신을 초대했다”면서 피아노를 치며 팬과 함께 ‘업 앤 업’을 열창했다.

마틴은 “한국어가 조금 서툴러도 이해해주세요. 여러분과 함께 해서 행복합니다”라고 서툰 한국어로 감사 인사를 전하며 “한국 밴드들이 우리보다 훨씬 훌륭하기 때문에 연습을 하고 오느라 다시 오는 데 시간이 한참 걸렸다”고 말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다양한 소품과 시각 효과를 활용한 무대 연출은 단연코 돋보였다. 무대 순서에 맞춰 불빛의 색상과 점멸이 설정된 팔찌 자이로 밴드를 모든 관객이 착용하게 해 함께 공연을 만들어 나가는 재미를 선사했다. 필름을 덧댄 종이 안경 ‘문 글래스’를 준비해 관객이 종이 안경을 쓰면 각종 조명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번질 때마다 하트가 보이도록 했다.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공연도 인상적이었다. 공연장에 일회용 플라스틱 반입을 제한하고 자이로 밴드는 회수해 다음 공연에서 재사용할 수 있도록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관객들이 발을 구르면 전기가 생산되는 키네틱 플로어(움직이는 바닥)도 선보였다.

이날 공연장엔 청소년과 대학생, 자녀와 함께 온 중장년층 등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이 모였다. 평일인 만큼 휴가를 내고 공연장에 온 30·40대도 많았다. 직장인 김도현(34)씨는 “8년 전 내한 공연에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는데 오랫동안 내한 소식이 들리지 않아 아쉬웠다. 연차를 써서라도 꼭 오고 싶었다”며 “엄청난 예매전쟁을 치렀지만 공연을 보고 나니 모든 수고가 잊힐 정도로 좋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고양=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