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재의 韓 대행 제동 계기 대권 행보도 자제해야

입력 2025-04-18 01:30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효력정지가처분을 인용한 것은 한 대행 스스로 그간 본인의 처신이 적절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음을 상기시킨다. 권한대행은 대통령이 없는 아주 특수한 상황에서 국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한시적으로 떠맡은 자리를 관리하는 역할이다. 대통령 대행이지만, 헌재가 가처분 인용 때 밝혔듯 선출직 대통령의 권한까지 행사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렇게 권한이 불분명하면 확실한 권한만 최소로 행사해야 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그러는 대신 무리수를 쓰다 제동이 걸린 것이다.

‘대선 차출론’을 둘러싼 한 대행 태도도 논란이다. 그는 여권에서 차출론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출마 여부에 계속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스스로 ‘선수’로 뛸지 모르는데 국무회의에서 “어느 때보다 공정한 대선이 돼야 한다”며 선거 관리자 역할을 자임했다. 한 대행은 만약 출마한다면 선거 영향력이 큰 지금 자리에서 빨리 물러나야 한다. 출마하지 않는다면 이를 밝히는 게 국정 안정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러지는 않고 하루는 호남으로, 그 다음 날은 영남으로 달려가는 등 다른 대선주자들보다 더 광폭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니 야당이 한·미 관세 협상마저 대권용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이다.

한 대행은 지금 자리에 있는 한 대선 행보로 의심될 만한 일을 해선 안 된다. 선거 공정성 측면에서도 그래야 한다. 나라 안팎으로 비상한 상황인 지금은 대행 역할에 충실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게다가 국민 다수가 출마에 부정적이라는 조사도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 업체가 실시해 1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한 대행의 출마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답변은 66%, ‘바람직하다’는 24%였다.

한 대행을 둘러싼 이런 논란의 배경엔 여당의 책임이 크다. 자체 대선 경선이 진행 중인데도 국민의힘 의원 수십명이 난데없이 당밖에 있는 한 대행 차출론을 제기하는 바람에 현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야당한테는 한 대행이 관세 협상으로 바쁘니 탄핵소추 등으로 흔들지 말라고 요구하더니 정작 여당발 차출론이 나와 한 대행이 국정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든 셈이다. 하지만 지금은 여당이 외부 수혈에 의존할 때가 아니다. 그보다는 탄핵이 빚어진 데 대한 처절한 반성을 통해 당을 쇄신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우선이다. 만약 국민의힘이 남은 과정에서도 환골탈태하지 못한다면 대선을 치르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