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관세 경고… “인플레와 성장 둔화 초래”

입력 2025-04-17 18:34 수정 2025-04-17 18:38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6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 이코노믹클럽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를 상대로 벌이는 관세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세계은행(WB), 세계무역기구(WT O),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는 16일(현지시간) 관세가 인플레이션과 무역 위축, 성장 둔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일제히 경고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일리노이주 시카고 이코노믹클럽에서 “지금까지 발표된 관세 인상 수준이 예상보다 훨씬 높다”면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마찬가지일 수 있으며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둔화를 포함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파월 의장의 이 같은 발언으로 이날 미국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그는 관세로 물가 상승과 실업률 상승이 함께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연준의 양대 목표에 “도전적인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면 실업률을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미국 경제는 여전히 견고한 위치에 있다”면서 당장 금리 조정은 고려하지 않고 경제 상황을 더 관망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파월 의장은 관세 충격으로 인한 미국 주식시장의 위기감에 대해선 “시장은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고, 세계적으로 달러화가 부족할 경우 달러화를 공급할 준비가 됐느냐는 질문에도 연준이 외국 중앙은행들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점을 거론하면서 “그렇다”고 답했다.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와 유예 등 불확실성이 의심할 여지없이 경제 성장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가 총재는 관세 등으로 촉발된 불확실성이 “수개월 전에 비해 글로벌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라면서 각국 간 무역협상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WTO는 미국의 관세 조치와 그에 따른 파급효과가 심화될 경우 글로벌 상품 무역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WTO는 이날 발표한 ‘세계 무역 전망 및 통계’ 보고서에서 현재 미국이 시행 중인 관세와 90일간 유예된 상호관세를 고려할 때 올해 세계 상품 무역량이 0.2%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예상치인 2.7% 성장 전망에서 크게 낮아진 것이다.

WTO는 “북미에서 특히 감소세가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북미 지역 수출은 올해 12.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아시아와 유럽은 올해도 수출과 수입 모두 소폭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UNCTAD는 관세로 인한 무역 긴장 고조와 불확실성으로 올해 세계 성장률이 2.3%로 둔화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BBC는 이 같은 성장률 전망치는 글로벌 경기 침체의 임계값으로 알려진 2.5%보다 낮은 것이라고 전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