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포 노시환도 달린다… ‘발’로 다시 나는 독수리

입력 2025-04-18 01:16
한화 이글스 노시환이 1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2025 프로야구 KBO리그 경기에서 7회초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시즌 초반 타선의 집단 침체로 부진을 겪었던 한화 이글스가 도루를 적극 활용하는 발야구를 통해 반등의 실마리를 찾았다. 최근 한화의 경기에선 거포 노시환이 출루 후 베이스를 훔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장면이 됐다. 한화 타선은 득점에 가장 유리한 상황을 만든 뒤 집중력을 발휘해 빅이닝을 만드는 방식으로 승리에 다가서고 있다.

한화는 17일 현재 2025 KBO리그에서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도루 시도와 성공 개수를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27차례 도루를 시도해 21번을 성공,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팀 타율은 0.229(10위)로 여전히 낮지만 한발 더 뛰는 야구를 통해 승률을 높이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 한화의 도루 성공 개수는 69개(9위)로 최하위권이었다. 도루 시도(110개·8위) 자체가 많지 않았던 팀이다. 시즌 초 타선 전반에 슬럼프가 찾아와 팀 타율이 0.169까지 떨어지자 뛰는 야구로 전환해 승부수를 띄웠다.

한화 선수 중에선 노시환과 이원석이 4개씩의 도루를 해내고 있다. 이적생 심우준과 외국인 타자 에스테반 플로리얼이 3개씩을 성공 중이다. 홈런 부문 공동 2위(5개)인 노시환이 팀 내 가장 많은 도루를 기록 중인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노시환은 136경기에 출장한 지난 시즌 단 6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달성한 도루의 절반 이상을 올 시즌 21경기 만에 해냈다.

한화는 10대 4로 이긴 전날 SSG 랜더스전에서 7회 노시환의 도루 성공으로 2사 주자 2루 득점 기회를 잡았다. 이어 주장 채은성이 적시 2루타를 터뜨리며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8회에는 노시환의 스리런포까지 터지며 경기 흐름을 완전히 가져갔다. 도루로 침체된 분위기를 바꾼 한화의 타선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전날 3안타(2홈런) 5타점 경기를 펼친 4번 타자 노시환의 타율은 한때 0.143에 그쳤으나 0.244까지 치솟았다.

특히 한화는 최근 3연속 위닝 시리즈를 완성하며 분위기를 탔다. 시즌 초 최하위권에 처졌지만 현재 10승 11패(6위)로 5할 승률에 근접했다. 최근 7경기에서 6승 1패의 압도적 성적을 거둔 게 순위 반등에 큰 영향을 줬다.

기동력을 앞세운 독수리 군단은 도루와 관련한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 10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6회에만 무려 5개의 도루를 성공했다. 한 이닝 5도루는 역대 최다 타이기록이다. 한화는 이 기록을 1990년 6월 6일 LG 트윈스 이후 35년 만에 달성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