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聖금요일… 한 끼 금식 이웃 살리자” 이어져

입력 2025-04-18 03:02 수정 2025-04-18 06:46
네팔의 한 가정이 지난해 NGO 글로벌비전 ‘사순절 한 끼 금식 캠페인’을 통해 쌀을 지원받아 감사를 표하고 있다. 글로벌비전 제공

교인들이 고난주간 금식을 통해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하고 그의 삶을 닮아가려는 신앙적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금요일은 예수님의 골고다 십자가 길과 죽음을 묵상하는 고난주간의 핵심이다.

김성혜(51) 인천 주안장로교회(주승중 목사) 권사는 교회가 진행하는 ‘고난주간 하루 한 끼 금식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매일 한 끼 금식하며 모은 식사비를 지역의 결식아동과 취약계층에 전달할 예정이다.

김 권사는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금식을 할 때는 죽기까지 나를 사랑하신 예수님의 사랑을 묵상하며 더 간절하게 기도하게 된다”며 “내 욕구를 내려놓고 그 시간을 감사일기나 성경읽기 등으로 채웠다”고 말했다. 김 권사는 14일부터 매일 한 끼 금식에 참여하고 있다.

10년 넘게 고난주간 금식에 참여한 강석희(55) 장로는 주안장로교회 캠페인을 통해 지역사회와 연결되며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전했다. 강 장로는 “내 것이 넘쳐 드리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지만 내가 가진 최선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며 “성금요일에는 죄인 됨을 고백하며 예수님을 닮아가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그때까지 금식과 기도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고난주간 매일 한 끼를 금식하며 기도하는 헌신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울산 전하교회(최영진 목사)는 ‘십자가의 사랑을 담다’를 주제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하루 한 차례 금식하며 5000원씩 헌금하는 방식이다. 교인들의 ‘사랑의 금식’으로 모은 헌금은 경북 의성지역 산불 이재민과 미얀마 지진 구호를 위해 사용한다.

서울 정동제일교회(천영태 목사)는 한 끼 금식에서 더 나아가 커피를 비롯해 골프와 볼링 등 레저활동까지 중단하는 절제헌금을 하고 있다. ‘여섯 돌항아리를 채우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고난주간 캠페인은 농어촌교회와 도약교회(미자립교회) 여섯 곳의 선교비를 지급하고 목회자 부부를 초청해 위로하는 행사에 사용한다.

대구 강동교회(설재순 목사)는 5년간 NGO 글로벌비전이 진행하는 ‘사순절 한 끼 금식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교인이 30명을 넘지 않는 작은 교회지만 20명 가까운 교인이 참여해 온정을 나누고 있다. 글로벌비전이 2007년 시작한 캠페인에는 이 교회는 물론이고 전국 110여개 교회가 참여하고 있다. 교회들이 모은 헌금은 방글라데시와 네팔 캄보디아 라오스 등의 빈곤 가정에 쌀과 학교 급식 지원에 사용한다.

유해룡 장로회신학대 명예교수는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은 예수님이 자신의 생명을 우리에게 내어주신 사랑의 사건”이라며 “금식은 생명과 관련된 내 일부를 예수님처럼 이웃에게 나누는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약한 인간이 예수님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을 넘어 예수님이 보여주신 모습을 적극적으로 본받고 따르는 게 바로 금식”이라고 전했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