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미국에서 개최된 미·일 첫 관세 협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방위비 확대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 외에 양측은 장관급뿐 아니라 실무 레벨에서도 관세 협의를 하고 협상을 조기에 매듭짓기로 합의했다. 다음 주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앞두고 있으며 일본과 유사한 의제를 다루는 우리로서는 미·일 협상을 좋은 참고 자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본 시험(한·미 협상)에 앞서 기출 문제(미·일 협상) 분석이 중요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SNS에 이번 협상에 직접 참석하고 방위비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썼다. 그리고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큰 진전(big progress)”이라고 올렸다. 트럼프는 협상에 참석한 게 아니라 일 협상팀을 사전 면담했을 뿐이지만 일본 정부는 한밤중에 긴급 대책회의를 여는 등 부산을 떨어야 했다. 외무성 간부들은 방위비 의제가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한다. 허를 찌르는 패로 상대를 흔든 뒤 본인 의도로 협상을 이끄는 트럼프 특유의 전략을 우리도 유념해야 한다.
다행이라면 우리는 트럼프-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통화를 통해 방위비 문제가 한·미 협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알고 있고 나름 명료한 입장이 있다는 점이다. 협상팀을 이끌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최근 국회에서 과도기 정부 특성상 방위비 문제를 다루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순순히 양해해줄지는 의문이나 상호관세 유예기간(90일) 내에 새 정부가 출범한다는 점을 적극 알려 안보 문제를 미루도록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동시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비중에서 한국(2.6%)이 일본(1.8%), 유럽(1.99%)보다 훨씬 높다는 점도 내세울 필요가 있다.
미국발 관세전쟁이 중국의 강력한 반격과 국채금리 급등 같은 시장의 역풍을 불렀다. 트럼프 행정부가 성과를 내려 다급해진 건 미·일 협상에서도 엿보인다. 이런 상황을 활용하고 한국의 대미 경제 기여도를 각인시키며 국익을 극대화 해야 한다. 정부가 최선봉에 서지만, 여야도 정쟁을 멈추고 후방 지원에 적극 나서야 협상에 힘이 실리고 차기 정부 정책 운용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