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발목잡혔던 조아연… “올 시즌 1승 이상 목표”

입력 2025-04-18 23:17
조아연이 지난 2년간의 부진을 털어내고 올 시즌 선전을 다짐하는 의미로 양손의 엄지를 추켜세우고 있다. 2019년 신인왕 수상자인 조아연은 올 시즌 철저한 준비를 통해 반등을 노린다. KLPGA 제공

살아가면서 시련을 겪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게 운동선수들에게 찾아오면 슬럼프다. 한때 투어를 투어를 호령하던 정상의 자리에 있다가 팬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히는 선수들을 더러 본다. 십중팔구는 슬럼프 기간이 길어져서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활동 중인 조아연(24·한국토지신탁)도 그런 경우다. 데뷔 이후 수년간 KLPGA투어 간판으로 군림했던 그가 2023년부터 갑자기 리더보드 상단에서 자취를 감춰 버렸다.

조아연은 최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많이 아팠으나 이제는 몸도 마음도 좋아졌다”라며 “최근 몇 개 대회에서 희망을 봤다. 그동안 나를 짓눌렀던 무력감에서 벗어나 의욕충만이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국가대표 출신인 조아연은 2018년 KLPGA 시드전 수석 합격으로 2019년에 KLPGA투어에 데뷔했다. 데뷔 첫해에 그는 25개 대회에 출전, 2차례 우승 포함해 ‘톱10’에 13차례나 입상했다. 상금 순위 5위, 대상 포인트 6위로 시즌을 마쳤다. 그해 신인왕도 조아연의 몫이었다.

2020년과 2021년 시즌에 무관에 그친 조아연은 2022년 시즌에 2승을 거두며 명성을 이어갔다. 하지만 2023년부터 급격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 해에 29개 대회에 출전해 12개 대회서 컷 탈락 내지는 기권이었다. 2024시즌도 자신의 이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성적이었다. ‘톱10’ 입상은 2차례에 그쳤고 대상 포인트 58위, 상금 순위 43위였다.

조아연은 “재작년에 갑상선 저하증과 위장 장애로 체중이 10kg가량 빠졌다. 아파서 빠진 거라 근육량도 감소했다. 당연히 힘이 없었다. 그러면서 드라이버 비거리가 루키 때보다 50m가량 덜 나갔다”라며 “심적으로 많이 무력해졌다. ‘골프를 그만둬야 하는가’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상위권에 있다가 한번에 쭉 내려가니까 그런 마음이 더 들었던 것 같다”고 했다.

올해는 다시 올라갈 조짐이 보인다. 올 시즌 3개 대회에 출전해 딱 한 대회만 컷을 통과했지만 느낌은 이전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올 시즌 첫 경기를 하고 희망을 봤다. 드라이버 비거리도 작년보다 좀 늘어 아이언 잡는 게 더 수월했다. 아이언도 비거리가 늘어 그린 적중률이 작년보다는 더 좋아졌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지난겨울 전지훈련 효과라고 했다. 조아연은 지인의 추천으로 난생처음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50일간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날씨, 숙소, 연습 환경 등 모두 만족스러워 훈련량이 지난 4년간 미국에서 했을 때보다 더 많았다.


그는 “줄어든 비거리를 늘리는데 중점을 뒀다. 그리고 스윙 보완에도 노력했다”라며 “그 결과 아이언은 루키 때 거리를 회복했다. 드라이버는 루키 때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조금 늘긴 했다. 건강이 많이 회복 됐기 때문에 드라이버 비거리도 점점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낙관했다.

올 시즌에는 3년 만의 우승을 목표로 잡았다. 조아연은 “올해 목표는 무조건 1승이다. 기왕이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지만 그보다 메인 스폰서가 주최하는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에서 꼭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건강이 많이 좋아진 것도 그가 자신감을 갖게 된 배경이다. 다만 위벽이 얇아 소화가 잘 안돼 식단에 신경을 써야 하는 고충은 아직도 있다. 그는 “식사를 하고나서 효소를 꼭 챙겨 먹어야 할 정도여서 자극적인 음식은 최대한 피한다”라며 “단백질 섭취도 소고기 아니면 닭백숙이다. 돼지고기는 전혀 못 먹는다. 관리를 잘하고 있어 건강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했다.

조아연은 모험을 즐기는 대표적인 선수다. 데뷔 이후 몇 년간 그의 이름 앞에는 ‘핑크공주’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국산 골프공 볼빅의 핑크 컬러 볼을 사용해서 붙은 닉네임이다. 클럽도 국내 여자 투어 프로 최초로 PXG를 사용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KLPGA투어 최초로 스릭슨 골프볼과 계약을 체결했다. 조아연은 “남들이 하지 않은 걸 해보는 걸 좋아한다. 그 결정에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아플 때 같이 아파해주고 격려해 준 모든 팬들께 감사드린다”며 “내 자신을 위해서도, 또 그런 팬들을 위해서도 올해는 기필코 재기에 성공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