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와 평화, 생명 되신 주님. 지난해 12월 29일 두 누이를 잃고 재난 참사 유가족이 돼 사순절기 고난주간을 눈이 퉁퉁 부은 채 견뎌내고 있습니다.
그간 오월 광주 유가족들 곁에, 또 세월호 유가족들 곁에 부족한 대로 몸을 기울이며 살아왔던 저에게 마치 당연한 차례요 순번인 것처럼 주님은 저를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찬 바닥으로 이끄셨습니다.
풍찬노숙이라더니, 다들 마다하던 ‘44번 셸터’는 제 기도소였습니다. 이를 윽 물고서, 날마다 부활의 새날을 소망하며 마음 기댈 데 없는 유가족들 곁에 머물며 함께합니다.
진상규명과 누구나 안전한 세상, 민주와 인권이 넘실거리는 그날까지 십자가를 굳게 지며 오르겠습니다. 저와 모든 유가족의 눈물과 기도가 헛되지 않도록 주님 도우시며, 이 일의 해결까지 한국교회가 마음을 모을 수 있게 하옵소서. 국가적 재난 참사의 곳곳에 진실을 안겨 주시고, 안전과 재발 방지라는 부활의 새날을 맞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