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or 보기] 매킬로이와 임성재의 마스터스 성공 키워드는 ‘인내’

입력 2025-04-18 23:20

흔히들 골프를 ‘인내의 스포츠’라고 한다.

지난 14일 막을 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그 명제가 또 한 번 입증됐다. 두 명의 선수 때문이다.

‘참고 또 참아야 한다’는 걸 증명한 첫 번째 화자(話者)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다. 그는 골프사에 길이 남을 블록버스터급 드라마로 화려하게 막을 내린 올해 마스터스에서 마침내 우승, 진정한 ‘골프 명인’의 반열에 올랐다.

이 대회 전까지 PGA투어 통산 28승을 거두고 있던 그였지만 그동안 마스터스와는 지독하리만큼 인연이 없었다. 최고 성적은 2022년 대회 준우승이다. 그가 마침내 16전17기로 생애 첫 마스터스 우승에 성공했다. 아울러 11차례 도전 끝에 커리어 그랜드슬램 마지막 퍼즐도 완성했다. PGA투어 역사상 6번째다. 그러기까지 지난 14년간(2011년 대회 기준) 매킬로이가 오거스타에 들어설 때마다 감내해야 했던 마음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연장전에서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키고 난 뒤 털썩 주저앉아 얼굴을 파묻은 채 한참을 오열했다.

매킬로이는 가진 골프 능력에 비해 승수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잘 조절되지 않은 감정 때문이라는 지적이 우세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선배인 잭 니클라우스(미국)가 매킬로이와 오찬을 하면서 ‘절제력(discipline)’에 대해 조언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매킬로이는 우승 직후 “많이 참으려 노력했고, 이번 우승은 온전히 그 인내심이 가져다준 보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흐름을 잘 바꾼 자기 자신이 무척 자랑스럽다고 대견스러워했다. 인내와 절제가 매킬로이로 하여금 평생 꿈꿔온 것을 이뤄내게 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골프의 역사가 되었고 그 순간을 목도한 어린 소년, 소녀들에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꿈은 이루어진다’는 희망의 메시지로 오래오래 울림을 줄 것이 분명하다.

인내가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걸 증명한 또 한 명은 한국 남자 골프의 간판 임성재(26·CJ)다. 그는 올해 마스터스에서 공동 5위에 입상했다. 2020년 준우승, 2022년 공동 8위에 이어 통산 3번째 ‘톱10’ 입상이다. 메이저대회, 그 중에서도 엔트리가 가장 적은 마스터스에서 ‘톱10’에 입상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임성재는 2020년에 마스터스 데뷔 이후 올해까지 6차례 출전해 절반인 세 차례가 ‘톱10’이다.

그렇다면 임성재는 왜 오거스타 내셔널GC에만 들어서면 강해지는 걸까. 임성재는 언제나 그랬듯이 대회 기간 내내 마인트 컨트롤을 잘한 게 원동력이라고 했다. 그도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화가 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그는 용케도 잘 참는다. 올 마스터스에서는 더더욱 화를 내지 않았다. 다른 대회 같으면 보기를 범하면 화가 나는데 마스터스에서는 외려 보기는 괜찮은 스코어라 생각하게 된다 했다.

올해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는 가르침이 더욱 와 닿는 대회였다. 내년 제90회 마스터스에서는 누가 또 ‘인내’라는 무기로 오거스타의 선택을 받게 될지 기다려진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