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시작된 불이 강풍을 타고 덩어리째 날아다니던 밤, 전병오 경북 안동 하국곡교회 목사는 밤새도록 교회의 불을 끄려고 뛰어다녔다. 타고 있는 사택은 놔두고 교회를 지켜려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돌보던 성도 여섯 가정의 집과 농기구도 모두 타버렸다. 전 목사는 “산과 나무가 타고 보금자리와 생활 터전이 전소됐다”면서 “창고와 농기계는 재만 남았고 주민들의 마음도 타서 힘들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전 목사는 “고난이 유익되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전 목사는 국민일보 더미션에 보내온 고난주간 기도문을 통해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전국에서 답지한 도움의 손길을 통해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보게 하셨다”면서 “앞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긴 시간 동안 주님의 힘과 능력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인도해 주옵소서”라고 간구했다. 낙심하지 않도록, 고난이 유익이 되도록, 일상이 조속히 회복되도록 기도하며 두 손을 모았다.
하루아침에 집이 감옥이 됐다고 호소한 이들도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다. 청년들, 신혼부부들이 많다.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은 국민일보에 보낸 기도문에서 “지난 2년, 전세사기로 피해를 당한 이들이 3만명을 넘었다”면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진 이들만 여덟 분”이라고 밝혔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뿐만 아니라 집에서 쫓겨나고 대출금 상환에 시달리며 멀쩡하던 집에서 하루아침에 무너져 삶의 기반을 잃어버렸다.
이 위원장은 “주님, 이 아픔을 모른 척하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기도했다. 무관심이라는 이름으로 죄를 짓지 않도록, 이 일이 곧 내게도 닥칠 수 있다는 걸 잊지 않게 해 달라고 절규했다.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다음 달 종료될 위기에 놓였는데 3년 이상 충분히 연장되도록, 또 피해를 당했어도 인정받지 못한 외국인, 일시적 1주택자, 세부 요건에서 탈락해 소외된 이들 역시 제도의 품으로 들어오게 해 달라고 간구했다.
경기도 안산 화정감리교회 박은희 전도사는 세월호 유예은 엄마다. 단원고 2학년 3반 예은이는 교회 청소년부 회장이었고, 엄마는 생물학을 전공한 뒤 연구센터에서 일하다가 감리교신학대 신학대학원에서 교역학 석사과정을 이수한 사역자다. 그러던 이들에게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박 전도사는 16일자로 보도된 세월호 11주기 고난주간 기도문에서 생명의 하나님, 사랑의 하나님, 공의의 하나님을 말했다. 세월호 참사뿐만 아니라 여러 사회적 참사들이 생명보다 돈을 중요하게 여긴 결과임을 우리가 알게 됐다고 전했다. 참사 유족들의 곁을 끝까지 지키며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감사를 표한 박 전도사는 “이 사회 가치의 최우선이 생명이 되게 하시고, 돈이나 권력 때문에 생명이 희생되는 불의한 일이 더 이상 생기지 않게 하옵소서”라고 간구했다.
규모 7.7의 대지진으로 고통받는 미얀마 현지에서 구조 활동을 도우며 익명으로 사역하는 한국인 선교사,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인 목회자, 복지재단에서 더 어려운 이를 돌보는 시청각장애인 등도 국민일보에 고난주간 기도문을 보내왔다. 주님의 십자가를 깊이 묵상하며 고난이 유익이 되기를, 치유와 회복의 역사가 일어나 한계를 뛰어넘기를, 그래서 부활한 예수님의 빈 무덤으로 향하는 제자들의 기쁨이 오늘 우리에게도 함께하기를 간구했다.
이달 내내 월요일자에서 금요일자까지 더미션 제호 아래 1면을 장식한 말씀은 요한복음 12장 24절이다. 국민일보 종교국 취재기자들이 집단지성으로 이달의 성구를 결정한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예수님은 죽음 뒤에 열매가 있다고 말씀했다. 땅에 묻혀 어둠을 견뎌야 씨앗에 싹이 튼다. 부활절을 하루 앞둔 토요일, 고난이 유익되길 바라는 우리들의 기도를 다시 떠올리며 찬란한 부활의 소망을 되새겨본다.
우성규 종교부장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