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막 10:45)
나에게 나침반이 되는 이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가 예루살렘으로 들어가는 길 위에서 마지막으로 가르치신 십자가 사건의 의미를 말한다. 예수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 섬김을 이야기한다. 섬김과 리더십은 이율배반적이지 않다. 섬김은 내가 죽는 것이다. 십자가 사건은 섬김의 절정이다. 섬김은 철저한 자기희생이고, 죽는 것의 연속이다.
나에게는 신앙의 깊은 내력이 있다. 복음 불모지였던 조선 땅에 짚신감발로 32년 동안이나 복음 사역 선두에 선 강요한나(1886~1943) 전도부인은 내 증조모시다. 한국 침례교 인물 가운데 한 분인 강 전도부인은 ‘극성스런 예수쟁이 아줌마’ ‘할렐루야 할머니’로 불렸다. 그가 평소 가족에게 철칙으로 교훈시킨 한 가지는 “형제 사랑하기를 계속하고 손님 대접하기를 잊지 말라”(히 13:1~2)였다. 그 섬김의 신앙이 대대로 전해져 우리는 신앙의 가정을 이루었고, 나 역시 예민한 청소년 시기에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은혜를 입었다. 계속 나에게 던져지는 물음은 ‘너는 인생을 어떻게 섬길 것인가’였다.
나는 하나님의 종으로 소명을 받고 신학과 철학을 공부하며 ‘지성적인 것이 영성이다’는 확신을 가졌다. 그러나 신앙과 이성을 분리해 사고하는 한국교회 현실을 보면서 둘의 조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미래 지도자에게 가르치고 싶었다. 하나님 은혜로 1992년부터 한국침례신학대(침신대)에서 기독교 철학 교수로 가르치게 됐다. 지난 34년 동안 ‘섬김’이라는 단어를 마음속 깊이 담고 학생을 가르쳐왔다. 섬김은 사랑이고 배려고 희생이다.
현재 침신대 신대원장, 한국기독교철학회 회장을 맡아 사랑과 존경의 마음으로 교수 원우 학회를 섬긴다. 하나님은 항상 기대 이상으로 축복해 주시고 길을 열어 주셨다. 마지막까지 섬김의 정신으로 하나님을 영화롭게 사람을 존귀하게 하는 일에 순종하려 한다.
은퇴를 앞둔 시점이기에 더 뜨거운 정신으로 학생들 앞에 서고, 교회에서도 설교한다. 오로지 교회를 섬기는 일에 온 생애를 바쳤던 집안의 많은 신앙의 작은 거인들처럼 나도 지성과 영성을 겸비한 복음주의적 학자로 기억되길 기대해 본다.
<약력>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원장 △한국기독교철학회 회장 △수원중앙침례교회 협동목사 △저서 ‘넌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거니’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