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부활의 아침을 기다리며

입력 2025-04-19 03:03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기독교 신앙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활이 없다면 우리의 모든 믿음은 공허하며 무의미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자에게 있어서 예수 그리스도 부활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누리는 것보다 더 큰 복과 유익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늘 우리는 성금요일과 부활주일 사이에 있습니다. 십자가와 빈 무덤이라는 거대한 사건들 사이에 놓인 토요일은 마치 하나님의 침묵처럼 느껴집니다. 특별한 말씀도, 놀라운 기적도 없는 현실 속에 우리의 영혼도 무겁게 침잠하는 듯합니다. 이럴 때 종종 우리는 영적인 실망과 냉담을 경험하고 신앙적인 면에서는 소극적으로 되곤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과연 어떤 마음과 태도를 보여야 할까요. 오늘 본문 말씀 속에는 부활의 첫 번째 증인으로 가장 큰 기쁨을 누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무엇입니까. 바로 십자가의 예수님을 끝까지 사랑한 것입니다.

놀랍게도 그들은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을 위한 장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준비는 향유와 향품이었고 이는 명백히 십자가 처형 당시 상할 대로 상한 예수님의 육체를 닦아드리기 위한 목적으로 준비됐을 것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돌아가신 육신마저 소중히 여겼던 것입니다.

더 이상의 기적도, 더 이상의 말씀도 하실 수 없는 예수님을 여전히 사랑하고 예수님이 당하신 십자가 고난을 자신의 고난처럼 동참했기에 그들의 토요일은 돌아가신 예수님을 위한 시간이 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그들의 사랑은 이 같은 준비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는 부활하신 영광의 예수님을 만나길 원합니다. 그러나 그 전에 십자가의 예수님을 뜨겁게 사랑해야 합니다. 십자가의 예수님을 사랑하지 않으면 빈 무덤의 예수님을 기뻐할 수 없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즉각적 보상만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이른바 도파민 중독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십자가와 부활 사이의 침묵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러나 사랑하면 준비합니다. 사랑은 오래 참습니다. 즉각적인 보상이 없다 해도 있어야 할 자리로 나아가 기다리며 인내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침묵이 무겁게 다가오고 차가운 현실 속에서 우리 마음도 식어버릴 때 우리는 부활의 아침을 가장 먼저 맞이한 첫 번째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십자가 예수님을 위한 사랑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오늘 더 십자가 예수님을 깊이 묵상하며 나를 위해 돌아가신 예수님을 위한 사랑의 준비를 합시다. 기도의 향품, 감사의 향유를 준비하며 나를 위해 돌아가신 예수님을 여전히, 더욱 사랑한다고 고백합시다.

부활의 아침을 기다리며 사랑 가운데 준비하고 맞이하는 부활의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것입니다. 성금요일을 지난 토요일, 오늘뿐 아니라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나날들 가운데서도 끝까지 신실하게 십자가의 예수님을 사랑하며 날마다 부활하신 주님을 다시 만나는 거룩한 사랑의 준비로 채워가는 우리가 되길 원합니다. 이 길고 고요한 기다림 속에서 믿음은 더 깊어지고 사랑은 더 단단해질 것입니다.

이요한 목사(기쁨의교회)

◇이요한 목사는 총신대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2006년부터 다음세대를 섬기는 청년 공동체 쉐이커스미니스트리를 설립해 대표로 섬기고 있습니다. 10년 전 이 목사가 서울에 개척한 기쁨의교회는 하나님을 기뻐하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교회, 세상을 기쁘게 하는 교회를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