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린 주님 있기에… 숨 쉬는 매 순간이 기적입니다”

입력 2025-04-19 03:00 수정 2025-04-19 12:22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강소연

신앙의 여정에서 만나는 예기치 않은 변곡점이 있다. 삶을 송두리째 흔들며 신앙의 깊이를 더하는 은혜가 되는 변곡점이다. 다만 그 순간은 찬란함보다는 상실과 두려움, 절망과 같은 깊은 골짜기로부터 찾아올 때가 많다. 인간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를 지고 걸어간 예수 그리스도의 길이 그러했다. 그는 모욕과 채찍질, 고통 속에서 절망 너머의 구원, 죽음을 이기는 부활의 영광을 바라봤다. 질병의 고통과 재난의 위기, 삶의 벼랑 끝에서 주님을 더 깊이 만난 이들이 있다. 절망 속에서 빠져 나와 새 빛을 경험한 삶을 통해 예수 부활의 은혜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이들의 고백을 들어본다.

폐 이식으로 거듭난 가수 유열

가수 유열 집사가 지난 12일 경기도 수원 광교호수공원에서 산책 중 찍은 사진.

“최근 검사 결과도 좋았고 하루 1㎞ 걷고 가벼운 웨이트도 할 만큼 회복됐습니다. 숨 쉬며 사는 매 순간이 축복이고 기적입니다.”

부활절을 앞둔 지난 14일 국민일보와 전화통화로 만난 유열 집사(63·원천침례교회)의 첫 마디는 기쁜 소식이었다. 오랜 폐섬유증 투병 끝에 지난해 7월 폐 이식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그는 목소리만으로도 생기와 힘이 느껴졌다.

유 집사는 1986년 MBC ‘대학가요제’로 데뷔해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이별이래’ 등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은 발라드 가수다. 하지만 8년 전 폐섬유증 진단을 받고 서서히 나빠지다가 지난해 5월 초 급격히 쇠약해지며 입원했다. 체중도 40㎏까지 줄고 호흡이 곤란해져 산소호흡기에 의존해야 했다.

그는 “폐 이식 밖에 방법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여러 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며 고백을 이어갔다.

“죽음 앞에 서보니 비로소 삶이 보였어요. 그렇게 살아선 안 되는 거였어요. 내 앞에 닥친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더 괴로웠던 건 하나님 앞에 온전히 살지 못했던 부끄러움이었습니다. 적당히의 삶, 내가 가득했던 삶, 불순종하며 살았던 삶을 철저히 회개하면서 ‘참삶’의 기회를 달라고 하나님께 매달렸습니다.”

교회 공동체는 3개월 동안 그를 위해 새벽부터 자정까지 릴레이로 기도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도 엄마와 함께 한 달간 새벽기도에 함께 했다. 목사님, 친구와 선후배 등 많은 이들의 중보기도 속에 마침내 폐 이식 순서가 돌아왔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수술 직전 기증자의 폐에 문제가 생겨 이식이 취소됐다. 희망은 다시 절망이 됐고 의료진은 “일주일이 고비”라고 말했다.

유 집사는 “어린 아들과 아내 곁에 조금만 더 머물 수 있게 해달라며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고 말했다.

수술이 취소된 지 7일 만에 기적처럼 다시 기증자가 나타났다. 7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성공적으로 폐 이식을 받은 그는 말 그대로 “하나님이 주신 새 생명”을 살고 있다고 했다.

“폐 이식을 받으며 하나님의 이끄심, 기증자의 사랑과 헌신 그리고 예수님의 부활의 참된 의미를 깊이 깨달았습니다.”

유 집사의 요즘 일상은 매 순간이 감사다. 어느새 의젓한 6학년이 된 아들, 아내와 나누는 모든 순간, 교우 지인들과의 교제가 선물처럼 다가온다고 했다.

“몸이 조금 더 회복되면 하나님을 마음껏 찬양하며 은혜와 복음을 나누고 싶다”는 유 집사는 마지막 당부에 더욱 힘을 주었다.

“지금 우리가 사는 모든 시간, 모든 것들이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고 기적입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더 아름답게 기적적으로 살아내는가는 우리들의 몫입니다.”

무너진 구름다리 뛰어넘은 기적… “이 삶은 덤입니다”

태국에 사는 권영준·유리 부부가 딸 아린이와 함께 지난 1월 베트남 여행 중 촬영한 가족사진.

“무너지는 구름다리 너머 있는 아내와 딸만 생각하며 달렸죠. 하나님께 감사하다는 고백 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미얀마 만델레이 강진의 여파로 태국 방콕의 고층 건물이 흔들리던 순간, 무너지는 건물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를 뛰어넘어 가족에게 달려간 권영준(38)씨. 53층 높이의 허공을 주저 없이 건너던 그의 모습이 영상으로 포착되며 태국에서는 ‘국민 남편’이라 불릴 정도로 화제가 됐다.

지난달 미얀마 강진 여파로 흔들린 방콕 초고층 빌딩에서 권씨가 구름다리를 뛰어넘는 모습.

권씨는 서울에서 태국인 틱톡 인플루언서 유리(37)씨를 만나 2020년 결혼했다. 태국에서 아내와 함께 사업을 시작하고 지난해엔 딸 아린이도 태어나며 행복한 가정을 이뤄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닥친 재난은 한순간에 가정의 안전을 위협했다.

“그날 53층 C동 헬스장에서 운동 중이었는데, 금방이라도 건물이 무너질 것 같은 강한 흔들림과 굉음을 느꼈습니다. 그 순간 공포에 떨고 있을 아내와 딸이 떠올랐습니다.”

B동에 있는 가족을 구하려면 구름다리를 건너야만 했다. 당시 영상에는 지진 충격으로 요동치며 콘크리트 잔해가 떨어지는 다리를 권씨가 영화처럼 가볍게 뛰어넘는 장면이 담겼다.

권씨는 자신만의 힘이 아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다리를 건널 때 뒤에서 어떤 힘이 강하게 저를 밀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가족의 무사함을 확인한 순간 하나님께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권씨는 5살 때 어머니 손에 이끌려 교회를 다녔지만 마음 속 공허함은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지난해 인천성산교회 고광종 목사를 만나 성경을 배우며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

아직 신앙생활을 한 지 몇 달 안 된 자신이 하나님을 증거하는 일이 여전히 조심스럽다는 그는 “이번 일을 통해 창세기 28장 15절을 하나님의 약속으로 받았다. 다시 주어진 삶, 하나님이 주신 선물임을 믿으며 약속의 말씀 붙들고 감사함으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우리를 위해 생명을 내어주신 예수님의 사랑을 많은 더 많은 이들이 알게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부활은 매일 나를 새롭게 하는 여정”

지노박 선교사가 지난 13일 강원도 춘천 주향교회에서 찬양 간증 집회를 인도하고 있는 모습.

뮤지션 지노박(65) 선교사는 25년간 마약 중독으로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다. “아는 형 따라 한 번 했던” 때가 1983년, 20대 초반이었다. 그는 “그 한 번이 내 인생을 25년이나 무너뜨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4살에 피아노를 시작해 20세에 조용필 등과 협연하고 빌게이츠재단 자선음악회에도 초청받던 재즈 피아니스트였지만 중독은 삶을 무너뜨렸다. 39세엔 LA 거리의 노숙자가 됐다.

“누구를 죽이라”는 환청과 뱀의 환영에 시달리며 열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고 모두 실패했다. 바다에 뛰어들려던 순간엔 경찰이 나타났고 독극물을 마셨을 땐 친구가 찾아와 가까스로 살아났다.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었죠. 그때부터 하나님이 제 삶에 개입하셨던 것 같아요.”

마지막 희망을 붙잡고 뉴욕으로 간 그는 한인 목회자를 만나 교회도 나갔지만 이혼을 겪으며 다시 중독에 빠졌다.

그러던 중 조지아 애틀랜타에서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구조대는 “그가 죽었다”고 했다. 그런데 진짜 기적이 벌어졌다. 병원에서 깨어난 그의 몸엔 바늘구멍만 한 상처도 없었다. 더 놀라운 건 저절로 중독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는 “집에 마약이 있었지만 손도 대지 않았다는 걸 3주 뒤에야 알았다”면서 “하나님의 기적”이라고 고백했다. 가족과도 예배로 회복됐다. 진정한 부활의 경험이었다.

그는 현재 미국장로교(PCUSA) 음악선교사로 한국에 파송돼 전국 교회에서 찬양 간증 집회를 열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예배 공동체 ‘코코센터’도 준비 중이다.

“저는 여전히 연약한 존재입니다. 부활은 완성이 아니라 매일 새롭게 살아가는 여정이죠. 내일의 변화를 기대하게 하는 부활의 주님이 제 인생의 이유입니다.”

사진= 각자 제공

박효진 김수연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