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핑크, 다 어디 갔어.” 초등학교 2학년 딸을 하루아침에 잃고 친구 아내가 토해낸 말이다. “내 아기, 내 아기야.” 겨우 서른여덟의 아내와 토끼 같은 두 자녀를 두고 세상을 떠난 큰 형님의 죽음 앞에서 어머니가 숨을 멈출 듯 쏟아낸 말씀이다.
부모가 자녀를 먼저 떠나보내는 참척(慘慽)의 고통, 그 상실을 무슨 수로 묘사할 수 있을까. 당혹스러운 죽음을 두고 희망을 발견하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국내서도 널리 알려진 죽음학 효시이자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인 저자는 이 어려운 질문에 오랜 연구와 실천 사례를 모아 하나하나 응답한다.
저자는 책에서 어린 임종 너머 죽어감의 과정, 장례와 애도, 죽음 이후 소망에 이르는 장정을 풀어가며 죽음이 결코 묻어둬야 할 일은 아니라고 안내한다. 질병사는 물론 자살과 사고사, 대형 참사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타살은 누구에게나 자유롭지 못하다.
책은 이들이 겪은 애통이 남김없이 담겼다. 사례들도 나이별·계층별로 폭넓게 다룬다. 저자는 죽음 앞에서 충분히 울고 충분히 슬퍼하고 애도하라고 말한다. 죽음을 직시하라며 어떤 이유든 막아서지 말라고, 가려야 할 곳만 가리고 보게 하라고도 한다. 진정제 따위로 울음을 쏟아낼 기회를 박탈하지 말라고 권면한다.
죽어감을 지켜봐야 할 때도 이 상황을 가족과 이웃에게 이야기하길 주저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에둘러서 말하거나 쉬쉬하지 않아야 남은 가족이 거쳐야 할 애도의 과정이 순탄하다. 이들 사례를 접하며 죽음에 대한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 죽음을 슬퍼하며 함께할 수 없는 날들을 나눠야 남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죽음 곧 상실의 고통을 “깊은 계곡에 폭풍우가 몰아치지 않는다면 그 아름다운 절경은 볼 수 없으리”라고 말한다. 죽음은 마지막이 아니라 희망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하는 과정임을 절경에 빗댄 것이다.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초상집에 가는 것이 더 낫다”(전 7:2)는 전도자의 말을 곱씹으며 끝까지 읽었다. 독생자를 앞세운 하나님의 마음을 감히 헤아려 보기도 했다. 우리는 삶과 죽음을 지나치게 가벼이 여기는 시대를 살고 있다. 책은 아주 가까이 죽음을 마주했을 때, 죽음을 통해 생명을 주목하도록 돕는다. 낯설고 당혹스러운 시대를 사는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