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자산은 무엇일까. 미국의 투자가이자 작가인 로버트 가요사키는 자신이 쓴 경제 교육의 고전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서 ‘돈에 대한 생각’이 중요한 유산이라고 말했다. 조영민 서울 나눔교회 목사는 신작 ‘헤리티지’(죠이북스)를 통해 이 주장을 정면 반박한다. 그는 ‘믿음의 계승’이야말로 세대 간 반드시 전해져야 할 복음의 바통이라 강조하며 한 가정, 한 교회, 한 세대가 어떻게 믿음을 이어갈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조 목사는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늘날 신앙 전수가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목회데이터연구소가 교회에 출석 중인 중고등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성인이 되어도 교회를 계속 다닐 것 같다’는 응답은 64%에 그쳤다. 나머지 36%는 ‘잘 모르겠다’거나 ‘그만둘 것 같다’고 답했다.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다고 해서 신앙이 자동으로 계승되지 않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가정 내 신앙 관련 대화 빈도도 낮은 수준이다. 2023년 목회데이터연구소가 고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부모에게 자녀와의 주된 대화 주제를 물은 결과 대부분 취미(60%, 복수응답) 친구(51%) 진로(35%) 등을 꼽았다. 성경(5%) 신앙 상담(3%) 교회 이야기(3%)라는 답은 매우 드물었다. 부모의 신앙이 자녀에게 모범이 된다는 응답도 13%에 그쳤다.
조 목사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한다. 그는 “아이들이 마주하는 세상이 기독교에 우호적이지 않다. 대부분은 불신자 속에서 자란다”면서 “부모 세대도 나쁘진 않지만 특별한 열심 없이 종교 생활을 하고 있어 자녀에게 영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책의 첫머리에 엘리 제사장의 이야기를 담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엘리는 능력 있는 아버지였다. 낙하산으로 두 아들에게 평생 안정적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직장을 만들어 줬다. 그러나 엘리가 신실한 아버지는 아니었다. 조 목사는 “자녀를 하나님보다 더 사랑했던 그의 선택은 결국 하나님의 심판으로 이어졌다”며 “하나님보다 사랑하는 것이 지금 내 삶의 대부분을 움직이고 있다면 우리는 머리 위에 심판을 쌓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그는 신앙을 말로만 가르치는 방식이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다고도 말한다. 부모가 성경을 읽지 않으면서 자녀에게 성경 읽기를 요구하거나 기도하지 않으면서 기도를 권하는 모습은 자녀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지 않는다는 것. 교회에 헌신하지 않으면서 교회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현실에서 “자녀에게 신앙을 전하는 일이 부모 자신의 믿음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과정”이 된다는 게 조 목사의 권면이다.
그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며 “신앙 전수는 결과보다 태도가 중요하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도 결과는 하나님의 몫이지만, 애초에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태도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돈을 물려주는 일에는 애를 쓰면서 정작 신앙을 물려주는 데는 무관심한 오늘의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고도 했다.
조 목사는 신앙 전수가 단지 가정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그는 성경이 늘 ‘세대’를 단위로 언약을 다뤘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 밝힌다. 그러면서 “다음 세대에게 하나님을 잊지 않도록 가르치는 일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공동체적 책임”이라고 강조한다.
조 목사는 교회 어른들을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생명이 지불되는 곳에서만 생명이 나옵니다. 예수님께서 밀알처럼 썩어지셨듯 교회 어른들도 낙엽처럼 다음 세대를 위해 투자하고 희생해 주십시오.”
이 책은 본래 나눔교회 유아세례 부모교육 과정에서 사용한 7편의 설교 시리즈에서 출발했다. 책은 ‘결단’과 ‘실천’이라는 두 축으로 구성돼 있다. 한나와 사무엘, 엘리와 두 아들, 디모데와 유니게, 모세와 여호수아, 요셉과 야곱 등 성경 인물들의 장면을 통해 신앙 계승의 실제 현장을 생생하게 전한다. 각 장 뒤에 수록된 묵상 질문은 개인의 성찰뿐 아니라 소그룹 나눔, 교사 훈련, 부모 교육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