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혼란 우려 신속 결정… 다음 대통령 몫으로

입력 2025-04-17 00:06
윤웅 기자

헌법재판소는 1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절차가 그대로 진행될 경우 극심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며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 퇴임을 이틀 앞두고 가처분 신청이 들어온 지 7일 만에 전격 인용 결정을 내렸다. 후보자 지명이 아닌 발표에 불과하므로 신청을 각하해야 한다는 한 권한대행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통상 헌재는 가처분 인용 후 본안 결정에서 청구가 기각됐을 때 발생할 불이익과 가처분 기각 후 청구가 인용됐을 때의 불이익을 비교해 판단을 내린다. 헌재는 가처분이 기각돼 이완규·함상훈 후보자가 임명된 후 본안 사건에서 한 권한대행에게 임명 권한이 없다는 결정이 나올 경우 극심한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했다. 두 재판관이 관여한 결정 효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다수의 헌법재판 사건에 대해 재심이 이뤄져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한 대행 측은 지난 14일 헌재에 “‘후보자를 임명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단순 발표일 뿐 지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서을 냈다. 헌법소원 대상인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각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한 대행이 가까운 장래에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안을 제출하는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해 재판관을 임명할 것임이 확실히 예측된다”고 밝혔다. 한 대행의 행위를 단순 발표에 그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한 대행이 대통령 몫 후임 재판관을 임명할 권한까지는 없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국회 몫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대통령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다만 헌재는 이날 권한대행에게 대통령 몫 재판관 임명 권한이 있는지 직접 판단하진 않았다. 이는 향후 본안 사건에서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헌재 결정으로 대통령 몫 재판관 임명은 차기 대통령 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헌재 관계자는 “한 대행의 지명과 차기 대통령의 지명 행위는 법적으로 별개”라며 “새 대통령의 지명권 행사에 지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대행 사건 본안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도 차기 대통령이 재판관 지명과 임명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헌재가 조기 대선 전 헌법소원 본안을 신속하게 심리해 기각 결정을 할 경우 한 대행의 임명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19일부터 ‘7인 체제’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재판관들이 결론 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본안인 헌법소원심판이 인용되려면 재판관 6인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이날 기준으로 대선이 48일 남은 상황이라 대선 전 결론을 내기엔 시간도 촉박한 상태다.

헌재의 가처분 인용에 대해 민주당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지명을 권한대행이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애초에 어불성설이었다”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 역시 “사필귀정”이라며 “위헌적인 헌법재판관 지명으로 헌법과 국민을 모독한 데 대해 국민께 사죄할 것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형민 박민지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