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한 행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헌법소원심판 본안 사건 선고 시까지 한 권한대행의 재판관 지명 효력 및 임명 절차는 정지된다. 사실상 후임 재판관 임명은 차기 대통령 몫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헌재는 16일 법무법인 도담 김정환 변호사가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재판관 후보자 2명을 지명한 행위에 대해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국회 인사청문요청안 제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 요청 등 일체의 임명 절차도 본안 사건 선고 시까지 정지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헌법 27조 1항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가처분 사건인 만큼 한 권한대행에게 대통령 몫 재판관 지명 권한이 있는지 직접 판단하지는 않았다. 다만 헌재는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가 재판관을 지명하며 임명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만약 권한이 없다고 본다면 신청인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해 임명된 재판관이 아닌 사람에 의해 재판을 받게 돼 권리 침해가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한 권한대행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나흘 뒤인 8일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헌재는 김 변호사가 낸 헌법소원심판과 가처분 사건을 9일 접수하고 무작위 전자 추첨으로 마은혁 재판관을 주심으로 선정했다.
인사청문회법상 국회는 한 권한대행으로부터 인사청문요청안을 접수한 후 20일 내 심사를 마쳐야 한다. 부득이한 사유로 20일 내 청문회를 마치지 못할 경우 한 권한대행은 10일 내 범위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보낼 것을 국회에 요청할 수 있다. 헌재는 가처분을 기각할 경우 임명 절차가 그대로 진행되고 한 권한대행이 후보자를 임명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헌재는 가처분이 기각됐다가 본안 사건이 인용될 경우 후보자들이 재판관으로 관여한 결정의 효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 헌재 기능에 극심한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고 밝혔다.
반면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종국결정 선고까지 재판관 2인 임명이 지연되지만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 등 2인 퇴임 후에도 7인이 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고 했다. 헌재는 가처분 기각 후 본안 청구가 인용됐을 때 발생하게 될 불이익이 반대의 경우보다 더 크기 때문에 가처분을 인용한다고 설명했다.
국무총리실은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며 “본안 선고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헌재가 7인 체제에서 본안 사건을 대선까지 결론내지 않으면 새 대통령이 지명하는 후보자 2인이 재판관으로 임명될 전망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