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없는 중고 전기차 시장, 두 자릿수 성장률

입력 2025-04-17 00:27

올해 들어 중고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크게 늘었다. 경기 불황과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차 시장과는 다른 분위기다. 길어진 경기 침체에 가격 진입장벽이 낮은 중고 전기차 시장은 더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전기차는 1만832대가 판매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7348대 대비 47.4% 늘어난 수치다. 1분기 중고차 거래량은 58만859대로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는데, 전기차는 하이브리드차와 함께 성장세를 보였다.

중고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거래량은 2014년(65대) 이후 성장세를 이어왔다. 2023년~2024년 전기차 캐즘 등으로 신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대수가 2년 연속 하락하는 상황에도 중고 전기차는 각각 2만4659대, 3만6050대로 늘었다.

중고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인기를 끄는 요인으로는 지난해부터 2년 의무 운행 기간을 끝낸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테슬라 모델Y 등 인기 모델이 중고차 시장에 대거 유입된 게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격 할인 폭이 커지면서 수요가 늘어난 상황이다.

전기차 화재로 인한 불안감 증가, 충전 인프라 부족에 보조금 감축 등으로 발생한 캐즘도 중고 전기차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줬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인천 아파트 전기차 화재 사고 당시 물량이 급격히 늘어났다”며 “전기차 구매 의사가 있었던 이들이 시세가 하락하자 이때다 싶어 구매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고 말했다. 최대 약점으로 불려온 배터리에 대한 정보가 전기차 화재 이후 공개되고, 소비자의 우려가 줄어든 것도 판매량 증가를 이끌었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 수가 약 40% 적고, 오일 교체 등 수리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 것도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잔고장의 우려가 덜하기에 추가적인 비용 없이 차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도로비, 주차장 이용료 할인 등 각종 혜택도 누릴 수 있다. 경제성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뚜렷해지면서 유지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전기차를 선택하는 비율이 늘어나는 측면도 있다.

향후 전망도 밝은 편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신차 시장에서 경쟁력 높은 전기차 모델이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어 중고차 시장에서도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충전 인프라가 확충되면 더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