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등판론’에 앞장섰던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등 현역 4명이 16일 김문수 대선 경선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등록이 지난 15일 마감된 뒤 현역 의원들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한 첫 사례다.
다만 구(舊) 여권 내에서는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가 당분간 특정 캠프에 몸담기 보다 관망세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당 경선에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 탓에 주자가 4명으로 압축되기 전까지는 ‘눈치작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기류는 이날 김 후보 캠프 측의 ‘지지 선언 행사’ 취소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김 후보 측은 ‘김문수 예비후보 지지 및 합류 선언 행사’를 공지하면서 “지지 의원 명단은 최종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최소 5명에서 1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박수영 엄태영 장동혁 인요한 김미애 박대출 등”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장동혁 의원 측은 이후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는 공지 등은 일절 사실이 아니다”고 정정 공지를 냈다.
이후 김 후보 측은 행사를 ‘잠정 연기’했고, 다시 “오늘 예정된 기자회견은 비공개 면담으로 진행된다”고 재공지했다. 결국 명단에 올랐던 장동혁 김미애 박대출 의원은 행사에 불참했고, 김선교 박수영 엄태영 인요한 의원 4명만 지지 선언을 했다. 한 의원 측은 “김 후보 측이 마음이 급하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카드가 되레 경선 ‘흥행’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수영 의원이 “김문수 등 보수우파 지지 후보+경제 전문가 한덕수 대행의 시너지=필승”이라고 페이스북 글을 올린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구 여권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경선 과정 내내 한덕수의 그림자가 드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이 ‘양다리’를 걸치는 진풍경도 나타나고 있다. 한 영남권 의원은 “모든 후보의 출마 선언 장소에 다 얼굴을 내비쳐야 하나 싶다”며 “최소한 얼굴도장은 찍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인요한 의원은 이철우 경북지사 캠프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김 후보 캠프에서 한·미동맹 강화 특별위원장 직함도 받은 상태다.
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의원들 사이에서 판을 못 읽고 섣불리 움직였다가 나중에 정치적 타격을 입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며 “당장은 관망 말고는 답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구자창 이종선 이강민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