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높을수록 “우리 아이 이공계로”… 자녀 진학 설계도 빈부차

입력 2025-04-17 02:11

월평균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가 이공계열 학과로 진학하길 바라는 부모 비율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득이 낮을수록 자녀의 진로를 확정하는 비율이 떨어져 월평균 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 4곳 중 1곳이 자녀의 대학 진학 설계를 하지 못했거나 대학 진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국민일보가 16일 통계청의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의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월평균 소득이 300만원 미만인 가구에서 고등학생 자녀가 ‘자연 과학, 수학 및 통계학’ ‘공학, 제조 및 건설’ 영역을 전공하길 희망하는 비중은 각각 3.8%, 8.1%에 그쳤다. 반면 고소득 가구에 속하는 800만~1000만원 미만(9.6%, 14.4%)과 1000만원 이상(8.3%, 14.9%)에선 해당 비율이 더 높았다.

이는 문과 계열인 ‘사회과학, 언론 및 정보학’ ‘경영, 행정 및 법’ 영역에서 소득 구간별 응답률 차이가 크지 않은 점과 대조된다. 300만원 미만인 가구에서 두 영역을 전공하길 희망하는 비중은 각각 3.7%, 7.7%였고, 가구소득이 1000만원 이상인 가구에서는 5.5%, 9.8%였다.

이 같은 차이가 나는 건 취업에 유리한 정보의 불균형, 문과 계열보다 이공계열 대학등록금이 비싼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저소득 가구일수록 생계 등 현실적인 이유로 자녀의 안정적인 취업에 관한 ‘정보싸움’에서 불리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공계열 대학 등록금이 더 비싼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2024년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를 보면 4년제 일반 및 교육대학 193개교의 공학(727만7200원)·자연과학 계열(687만5500원)이 인문사회 계열(600만3800원)보다 등록금이 비쌌다.

또 소득이 낮을수록 자녀의 진학 설계를 확정하지 못했거나 진학 자체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월 소득 300만원 미만인 가구에선 희망 전공 영역에 대해 24.4%가 ‘아직 결정을 안 했거나 자녀가 대학 진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해당 비율은 월 소득 400만~500만원에서 19.4%로 내려갔으며 1000만원 이상 구간에서는 13.3%까지 낮아졌다. 월 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에서 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4곳 중 1곳이 자녀의 대학 진학 설계가 덜 됐거나 없다고 응답한 반면 1000만원 이상 가구에서는 약 10곳 중 1곳만이 그렇게 응답한 것이다.

이는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가 좋아하거나 잘하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 투입할 수 있는 경제적·문화적 자본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명예교수는 “고소득 가구에서는 여러 사교육이나 문화생활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자녀가 장차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정보도 많다”며 “자녀들에 대한 희망 전공도 ‘교육 세습’이 일어났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