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출론 한덕수… 말은 통상대응, 발은 대권행보?

입력 2025-04-16 18:58 수정 2025-04-17 00:06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6일 울산 HD현대중공업을 방문해 권오갑 회장 등 임직원들과 우리 해군의 최신 이지스 구축함인 다산정약용함 건조 독을 시찰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6일 울산을 찾아 이틀 연속 현장 행보에 나섰다. 한 권한대행은 지역 상인들을 격려한 뒤 HD현대중공업을 방문했다. 미국의 통상 압박 대응 과정에서 중요 협상 카드로 조선업이 부상해 잡은 일정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치권에선 한 권한대행이 ‘대선 차출론’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 없이 호남에 이어 영남을 찾고 두 곳 모두 소상공인들을 격려하는 등 사실상 ‘대권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미 간 조선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며 “최근 미국 정부가 조선업 재건 의지를 강력히 밝히고 있어 양국의 상호 이익을 증진하며 우리 조선산업의 재도약을 이끌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앞으로 부담할 관세 등을 최소화하고 양국 간 상호 이익을 증진하기 위한 협상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해군의 최신 이지스 구축함인 다산정약용함을 건조 중인 독도 시찰했다.

한 권한대행은 HD현대중공업 방문 이전 울산 중구 먹자거리에 있는 ‘뚠뚠이돈가스’도 찾았다. 결식아동에게 점심을 제공해 오던 곳이다. 한 권한대행은 “15년 동안 한결같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돈가스를 마련해주신다고 들었는데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고 격려했다. 한 권한대행은 식당 사장 박종원씨와 포옹하고 직원들과 기념사진도 찍었다. 한 권한대행은 전날 광주 방문 때도 ‘천원 백반’을 파는 식당에 손편지와 사비 격려금을 보냈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도 대선 출마와 관련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총리실은 한 권한대행의 울산 현장 행보 배경에 대해 “최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 발표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한·미 간 3대 협력과제 중 하나로 조선업의 중요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라며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 울산시당은 논평을 내고 “광주와 울산을 잇달아 방문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언한 세계 관세전쟁과 통상 협상을 핑계로 스스로 정치적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행보”라고 비판했다.

한 권한대행 대선 차출론이 그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2명 지명 이후 본격화됐다는 점에서 이날 헌법재판소의 지명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차출론 역시 일정 정도 타격을 입게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권한대행을 겨냥한 민주당 등의 공세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