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사진)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발 관세전쟁에 따른 미국의 국가 신뢰도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지 3개월도 지나지 않아 고강도 관세 정책으로 채권·주식시장을 무너뜨리자 월가의 환호성은 후회로 바뀌었다.
다이먼 CEO는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미국은 번영과 법치, 경제·국방력 덕에 여전히 ‘위험 회피처’로 인식되고 있지만 트럼프가 시도하는 세계 무역체계 재편으로 기존의 지위를 위협받을 수 있다”며 “이런 불확실성은 수많은 도전을 불러온다. 미국이 신뢰를 회복할 때까지 사람들은 이 문제(관세전쟁)를 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조심해야 한다. 성공에 대한 신성한 권리를 부여받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강조했다. 다이먼은 이 발언의 의미를 따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트럼프의 과격한 관세 정책을 비판하는 동시에 지난주 미 국채 투매와 뉴욕증시 급락 사태 같은 추가 위험이 찾아올 수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이먼은 “(트럼프의) 관세가 시장에 급격한 변동성을 불러왔다. 사람들이 예상했던 범위를 너무 벗어났고 불안정해 미국만이 아닌 세계에 충격을 줬다”며 “나는 우리가 달성하려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동맹국과 함께해야 한다고 본다. 결국 유럽 영국 일본 한국 호주 필리핀과 협상해 매우 견고한 경제적 협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를 20년 가까이 이끌어온 다이먼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잠재적인 대권 주자로 평가될 만큼 미 정계에서도 주목받는 인사다. 이날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중국과의 대화를 촉구하며 “지금 어떤 대화도 진행되지 않는 것 같다. 1년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이 당장 내일 시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에게 친시장적 행보를 기대했던 월가에선 실망감이 높아졌다. FT는 “월가 거물들이 트럼프 2기의 정책 기조를 오판한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며 “미국 경제가 급격하게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델타항공부터 월마트까지 수많은 기업이 실적 전망치를 제시하는 것을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FT는 트럼프가 지난 2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연설할 때 직접 참석해 환호성을 질렀던 비스타에쿼티파트너스 창업자 로버트 스미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공동설립자 조시 해리스 등 월가의 큰손을 열거하며 “이로부터 8주도 채 지나지 않아 상황이 뒤집혔다. 트럼프의 연설을 들었던 그들은 이제 엄습하는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으로 위험 관리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