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 저지’ 혐의와 관련해 대통령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대통령경호처와 대치 끝에 불발됐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경찰의 첫 강제수사가 경호처 거부로 무산됐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16일 윤 전 대통령과 김성훈 경호처 차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와 관련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과 한남동 공관촌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대통령실 내 경호처 비화폰 서버, 경호처 사무실, 경호처장 공관 등이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혐의와 관련한 대통령 집무실 CCTV 등도 대상에 포함됐다. 경찰은 윤 전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이 사라진 데다 전날 김 차장이 내부 회의에서 사의를 표한 사실이 알려지자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찰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호처 내 비화폰 서버를 확보하기 위해 5차례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경호처 저지에 번번이 막혔다. 경호처는 이번에도 ‘군사상 기밀 및 공무상의 이유로 집행에 협조할 수 없다’는 취지의 압수수색 집행 불승낙 사유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경찰은 대통령실 민원실에서 10시간 넘게 대기하다 오후 8시 40분쯤 철수했다. 다만 경호처는 임의제출 방식으로 관련 자료를 최대한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단은 “임의제출 방식과 절차에 대해서는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차장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1차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김 차장은 2차 체포영장 집행 직전 대통령실 비화폰 서버 관리자에게 통신내역 삭제를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윤 전 대통령이 경찰의 체포 시도를 막으라는 지시를 비화폰으로 한 것으로 보고 서버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안전가옥(안가) 내 CCTV와 이 전 장관이 사용한 비화폰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3차례 신청했으나 검찰이 모두 기각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전 장관이 비상계엄 해제 당일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 이완규 법제처장과 이른바 ‘4인방’ 안가 회동을 한 것 외에도 안가에 출입한 사실이 있는 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 전 장관이 비상계엄 해제 당일 외에는 안가 출입 정황이 없고, 계엄 선포 이전 비화폰으로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정황도 없다는 이유로 영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재희 이서현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