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AI연구원의 ‘엑사원’은 전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중 하나다. ‘AI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하는 성능도 연일 향상에 성공하며 검증을 통과하고 있다. 하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LG 내부에서만 활용할 수 있어 오픈AI의 GPT나 딥시크처럼 확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상업적 활용의 문턱을 낮추거나 챗봇 서비스로 대중에 공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16일 AI 업계에 따르면 LG AI연구원이 지난달 18일 공개한 추론 특화 모델 ‘엑사원 딥’은 세계적인 성능을 보여주며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았다. 최고 모델인 딥 32B의 파라미터(매개변수)가 딥시크 R1 671B 모델의 5% 수준이었음에도 수학과 같은 일부 분야 테스트에서 R1을 앞서는 등 효율적인 모델 임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경량 모델 딥 7.8B는 비슷한 크기의 오픈AI의 o1 미니보다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다만 현재 엑사원은 LG 내부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엑사원 모델을 상업 목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연구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한컴, 폴라리스 등 엑사원과 협업하는 일부 업체들이 유료 계약을 맺고 모델을 활용하고 있지만 확산에는 한계가 있다. LG 측은 모델 공개를 위해서는 출자를 통해 개발에 기여한 계열사들간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상업적 활용에 제한을 두지 않는 딥시크의 모델이 중국 내 다양한 산업과 기업에서 활용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딥시크 쇼크’의 열광이 가라앉은 뒤에도 중국 3대 통신사를 비롯해 화웨이, 레노버 등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딥시크 모델을 결합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반인이 쉽게 AI를 활용할 수 있는 챗봇 서비스가 개방되지 않은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오픈AI나 구글이 챗GPT나 제미나이를 통해 정보 요약·번역·데이터 분석·코딩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생태계 조성에 노력하는 것과도 비교된다. LG 측은 현재 LG 직원들에게만 제공되는 챗봇 서비스인 챗엑사원을 전체 공개하기에는 제약이 많다는 입장이다.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컴퓨팅 용량이 막대하기 때문에 그래픽처리장치(GPU) 수급 방안부터 수익을 내기 위한 과금 구조 고민까지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많다는 게 LG의 설명이다. LG 관계자는 “연구원의 특성상 서비스 출시를 위한 대규모 마케팅이나 서비스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엑사원이 전 세계적 모델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공개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동인 카이스트 AI대학원 책임교수는 “공격적인 오픈소스 전략에 힘입어 운영 수익이 비용을 뛰어넘은 딥시크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G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월드 베스트 LLM’ 사업에 참여해 지원을 받고 그 결과물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