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3개국을 순방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두 번째 방문국인 말레이시아에서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를 만나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과 관세 면제 등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말레이시아는 올해 아세안의 순회 의장국으로, 대미 관세전쟁에서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중국에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전 이브라힘 알마훔 이스칸다르 말레이시아 국왕이 쿠알라룸푸르 왕궁에서 주최한 환영식에 참석했다. 오후에는 이브라힘 총리와 회담하고 양국 협력 강화 방안과 지역 및 국제 현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선 중국·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해 관세를 추가 인하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까으 끔 후은 아세안 사무총장은 앞서 중국 CGT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아세안은 무역의 여러 부문에서 관세를 ‘제로’로 낮추고 이를 모든 부문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아세안은 서로에게 최대 무역 상대이며 지난해 교역액은 약 9800억 달러(1395조원)였다.
시 주석은 베트남 국빈방문을 마치고 전날 오후 말레이시아에 도착했다. 시 주석의 말레이시아 방문은 2013년 이후 12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순방이 미국의 ‘관세 폭탄’ 위협을 받는 동남아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려는 포석으로 분석했다. 미국의 상호관세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시 주석의 다음 방문국인 캄보디아에 각각 46%, 24%, 49% 부과된 상태에서 90일간 유예됐다.
쿠 잉 후이 말라야대 교수는 “이번 순방은 단순한 우호친선이 아니라 지역의 무게중심을 중국으로 옮기려는 시도”라며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세계 시장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동남아와 연대하려는 계산된 행보”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풀브라이트 베트남대 응우옌 탄 쭝 교수는 “중국은 이처럼 불안정한 시기에 아세안 국가들에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있다”며 “중국이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AP통신에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공은 중국 코트에 있다”며 먼저 협상을 제안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중국은 우리와 협상해야 하지만 우리는 중국과 협상할 필요가 없다. 훨씬 크다는 점을 제외하고 중국과 다른 나라 간 차이는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다른 나라처럼 우리가 가진 것, 미국 소비자를 원한다. 다른 식으로 말해 그들은 우리 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레빗 대변인은 중국계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매각하면 관세를 줄여줄 수 있다는 트럼프의 방침이 유효하냐는 질문에 이런 입장을 전한 뒤 “우리는 중국과의 거래에 열려 있다. 중국이 미국과의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