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에도 가격 줄인상… 외식업계 ‘그리드플레이션’ 논란

입력 2025-04-17 02:40

외식프랜차이즈업계의 잇단 가격 인상을 놓고 ‘그리드플레이션’(기업 탐욕에 따른 물가 상승)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원가 상승분 이상으로 가격을 올려 소비자에 부담을 전가해 외식 물가를 끌어올렸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으로 불가피했다고 설명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이 크게 오른 것으로 확인되며 비판에 직면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치킨 프랜차이즈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BBQ 그룹은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이 5032억원으로 전년보다 6.3% 늘었고, 영업이익은 783억원으로 전년(554억원)보다 41.3% 증가했다. 매출 증가는 대형 직영점 매장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BBQ 관계자는 “영업이익은 광고비와 판매관리비 등 비용이 줄고 직영점의 수익이 늘면서 개선됐다”고 말했다.

치킨업계 1위 bhc도 수익성을 개선했다. 지난해 매출은 5127억원으로 전년(5356억원) 대비 4.3%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1337억원으로 전년(1203억원)보다 11.2% 증가했다. bhc는 다이닝브랜즈그룹 소속으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사실상 주인이다.

두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bhc가 26.1%, BBQ가 15.6%에 이른다. 식품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이 5%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 꾸준히 가격 인상에 나선 게 높은 영업이익률 달성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버거 프랜차이즈도 지난해 호실적을 내고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KFC는 지난해 영업이익 164억원으로 전년 대비 469% 증가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드라마틱한 실적 개선이다. 지난해 6월 가격을 올린 KFC는 10개월여 만인 이달에도 일부 제품 가격을 최대 300원 올렸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롯데리아도 지난 3일부터 65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3.3% 인상했다. 롯데GRS의 지난해 매출은 9954억원으로 전년 대비 7.7%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391억원으로 전년 대비 87.6% 증가했다.

버거킹도 지난 1월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1.07% 올렸다. 버거킹을 운영하는 BKR 역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 7927억원(전년 대비 6.4% 증가), 영업이익 384억원(60.4%)을 올렸다. 버거·치킨 브랜드 맘스터치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4.7% 증가한 4179억원, 영업이익은 21.8% 증가한 734억원이었다. 맘스터치는 지난해 10월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외식업계의 가격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 압박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부터 대선을 두 달여 앞둔 지금까지 정부의 물가 억제력이 약해진 상황도 그리드플레이션이 파고들게 된 ‘빈틈’으로 지적된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프랜차이즈 기업이 소상공인·소비자와 고통을 분담하고 상생하기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내기에 몰두하는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