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티스트에서 열혈 형사까지… 박해준 전성시대

입력 2025-04-17 01:02
배우 박해준은 ‘폭싹 속았수다’의 양관식과 ‘야당’의 오상재를 같은 시기에 연기했다. 상반된 캐릭터였지만 둘을 병행하는 건 큰 문제가 없었다. 잠시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작품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그는 새로운 힘을 얻고 연기의 재미를 되찾았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서 “수 틀리면 빠꾸, 아빠 여기 있어”라는 대사로 대한민국의 모든 딸들을 오열하게 한 박해준이 마약수사대 형사 오상재로 변신했다. 상재는 마약사범들을 집요하게 추적해 잡아들여 경찰과 범죄 조직 사이에서 ‘옥황상재’라는 별명이 붙은 인물이다.

영화 ‘야당’ 개봉을 하루 앞둔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박해준은 “‘폭싹 속았수다’가 많은 사랑을 받은 덕분에 관객들이 영화를 아무래도 더 호의적으로 봐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며 “좋은 소재라는 ‘장난감’을 관객들께 드렸을 때 어떻게 활용하고 가지고 노실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충분히 재밌는 작품이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야당’과 ‘폭싹 속았수다’의 촬영 기간이 겹치면서 그 해 박해준은 제주의 로맨티스트 관식과 거친 마수대 형사 상재를 오가며 정신없이 살았다. 박해준은 “두 개의 작품을 동시에 촬영한 경우는 전에도 많았다. 작품 중이라고 해서 실생활에서도 관식이처럼, 상재처럼 사는 멋진 배우도 아니다”며 쑥스러워했다.

캐릭터를 오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바쁜 와중에 연기 생활의 슬럼프가 찾아왔다. 박해준은 “전에는 창의적이고 재밌게 했던 것들이 그 땐 버거웠다. 내가 연기를 너무 못하는 것 같아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웠고, 촬영이 끝나면 허탈한 마음이 크게 왔다”며 “쉬지 않고 일하느라 잠깐 연기에 흥미를 잃었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하지만 버거웠던 그 해의 작품들이 만족스러운 결과로 돌아왔고, 박해준의 연기 인생은 새로운 힘을 얻었다. 박해준은 “힘든 마음을 극복하고 다시 연기의 재미를 찾을 기회가 주어진 것 같다”며 “지금은 현장이 정말 즐겁다”고 말했다.

상재는 더 큰 힘을 갖고자 하는 검사 구관희(유해진), ‘야당’으로 불리는 마약 브로커 이강수(강하늘), 대선 후보의 아들 조훈(류경수) 등과 얽혀 거대한 권력에 대항해 싸운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박해준은 마약 범죄와 그것을 수사하는 형사들에 대해 연구했다. 그는 “마약수사대 형사들을 인터뷰한 자료 등을 많이 봤다. 마약수사대 형사들이 가진 특징, 일반인 입장에선 합법인지 불법인지 헷갈리는 범죄자들과의 거래 등 재미있는 지점이 많았다”며 “열혈형사를 하나의 소스로 삼아 더 큰 범죄와의 연결고리를 찾아 맞서고 통쾌함을 주는 게 이 영화”라고 설명했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2020)에서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는 대사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던 그는 요즘 ‘관식이병’을 유발하며 뭇 남편들의 적이 됐다. 그는 요즘 전에 없던 인기를 체감하는 중이다.

박해준은 “동네 단골가게에 갔을 때 반응이 달라졌다. 떡볶이집에 가서 떡볶이만 시켜도 튀김이랑 순대를 넣어주신다”며 “무엇보다 아이들 학교 친구들이 내 존재를 알아버렸다. 가족들이 들떠있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어 “새로운 작품을 하고 있기도 해서 난 차분해지려 한다. 혹시 내가 좀 들떠 보이더라도 ‘잠깐 즐기고 있구나’ 하고 좋게 봐주셨으면 한다”며 웃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