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다음 주부터 본격 막이 오른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내주 워싱턴DC를 방문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방미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 통상 파트너들과 관세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 특히 경제사령탑인 최 부총리가 미국과 관세 협상에 직접 나서는 건 처음이다.
이번 만남은 미국 측 요청에 의한 것으로 의도는 명확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달 초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려다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하자 90일간 전격 유예했다. 또 중국에 대한 관세 보복이 별 효과는 없고 되레 여론전에서 궁지에 몰려 있는 상태다. 결국 관세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수월한 상대인 한국 등 동맹국과의 협상에서 성과를 보이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베선트 장관이 “먼저 협상을 타결하는 사람이 최고의 합의를 하게 된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초반의 호기와 달리 미국이 협상에 매달리는 모양새다. 이런 점을 활용해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다만 경제팀 운신의 폭은 넓지 않다. 약 50일 뒤면 새 정부가 출범하고 베선트 장관이 16일 “90일 내 관세 협상을 못 끝낼 수 있다”고 언급, 장기화 가능성도 제기됐다. 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민의힘 대선 주자 후보군으로 거론돼 이번 협상을 자신의 치적으로 삼으려 한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협상을 신속히 하기도, 질질 끌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결국 과도기 정부의 한계를 인정하고 협상의 방향은 잡되 주요 결정은 차기 정부 몫으로 남기는 게 정도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원스톱 쇼핑(통상+방위 총괄)’ 협상 요구에도 최 부총리가 방위비 문제를 다루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건 적절했다. 우리보다 앞서 오늘 미국과 관세 협상을 벌이는 일본의 동향 파악도 중요하다. 일본도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무역균형, 비관세장벽 등 대미 협상 분야가 우리와 유사하다. 참고할 가치가 있다. LNG나 비관세장벽의 경우 한·일 공조 가능성도 타진해 볼 필요가 있다. 현 정부가 차기 정부에 부담이 되지 않게끔 하는 것 못지 않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도 협상팀에 힘을 실어주고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양당이 차기 정부를 꾸릴 경우 대승적으로 협상팀의 기조를 이어받겠다고 표명한다면 대미 외교의 연속성 면에서도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