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시간으로 17일 미국에서 열리는 일본과의 관세 협상에 직접 참석한다고 밝혔다. 다음 주 미국과 협상을 앞둔 한국으로서는 이번 미·일 협상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서 “관세와 방위비, 무역 공정성을 위한 일본과의 협상에 내가 재무·상무장관과 함께 참석할 예정”이라며 “일본과 미국에 모두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직접 ‘관세와 방위비 협상’이라고 언급함에 따라 이번 관세 협상에 방위비 인상 문제를 포함시켜 ‘패키지 딜’을 추진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방위 관련 예산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1.8%까지 증액했다고 주장해 왔다. 일본 측이 미국산 무기 대량 구매를 관세 인하 카드로 내밀 가능성도 거론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이 이날 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출발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전날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에게 “확실히 신뢰 관계를 만들어 일본과 미국 쌍방이 ‘윈윈’하게 되는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주문했다.
미국은 이미 알루미늄·철강·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일본을 상대로 24%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상태다. 미국은 협상에서 관세 인하를 고리로 일본 측에 무역 적자 해소, 엔화 약세 개선, 방위비 부담 확대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 적자 해소와 관련해 일본은 미국산 쌀 수입 확대, 알래스카산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 참여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이 비관세 장벽이라고 주장해온 규제와 보조금 제도 정비에도 착수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엔화 약세에 대해서도 불평해 왔다. 일본은 이번 협의에서 미국이 환율 문제를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재무성 담당자를 함께 미국에 보냈다고 NHK가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미국 측은 비관세 장벽과 환율 문제 등을 거론하며 일본 측에 양보를 촉구할 태세”라며 “방미하는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근거를 추궁해 재고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일본 경제가 “2월 이후 나쁜 시나리오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관해선 “적절한 속도로 지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