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 달 만에 ‘사법 리스크’… 고개 숙인 유승민 회장

입력 2025-04-17 01:13

유승민(사진) 대한체육회장이 취임 한 달 만에 리더십 위기를 맞았다. 대한탁구협회장 재임 시절 불거진 임직원 인센티브 부당 지급과 국가대표 선수 바꿔치기 의혹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가 징계를 요구하면서다. 업무상 배임 혐의에 관해선 향후 경찰 수사까지 이뤄질 전망이다.

유 회장은 16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 벨로드롬 대강당에서 열린 2025 회원 종목단체장 간담회에서 최근 스포츠윤리센터가 탁구협회에 징계를 요구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규정 등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건 실책이었다”며 고개 숙였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지난 14일 탁구협회가 후원 및 기부금에 관한 인센티브를 부당하게 지급한 것과 관련해 전·현직 임직원 중 2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고, 4명은 직무 태만 및 정관 등 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요구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심의위원회가 관련 결정문을 작성하는 대로 탁구협회에 이를 통보하고 경찰에 고발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다.

‘선수 바꿔치기’ 의혹은 기관 경고로 일단락됐으나 문제는 배임 혐의다. 탁구협회 정관 제24조의2(임원의 보수) 조항에 따르면, 회장을 비롯한 비상근 임원에게는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탁구협회는 유치금 33억5000만원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임직원에게 인센티브 명목으로 지급했다. 이사회 승인 과정에서도 절차적인 하자가 발견됐다.

다만 일각에선 협회 자체 예산 확보를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한정된 예산으로 운영되는 체육 종목 단체 특성상 재정 자립도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규정을 위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유 회장 역시 이를 지적했다. 그는 “탁구협회장을 5년 했는데, 단체들의 재정이 녹록지 않다. 회장이 직접 발품을 팔아 후원 유치를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관련 규정들을 돌아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임원의 보수와 관련된 규정을 아예 폐지할 순 없다. 소수의 인맥에 의존해 후원 유치가 이뤄지는 폐쇄적인 체육계에선 예산 횡령 등 악용의 가능성이 커 제도상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배임 혐의를 벗더라도 유 회장의 도덕성에는 다소 금이 갈 전망이다. 유 회장은 선거 당시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하며 이를 제기한 후보에게 ‘네거티브 전략’이라며 맞대응한 바 있다. 출범 당시 ‘혁신’과 ‘개혁’을 내세웠던 만큼 앞으로 이뤄질 추가 조사와 징계 처분 과정에선 보다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