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베일에 싸인 ‘밸류업’… 133곳 중 6곳만 이행 현황 알렸다

입력 2025-04-16 19:14

지난해 5월 금융위원회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가이드라인과 해설서를 공개한 후 상장사 133곳이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지만 이행 현황까지 공시한 상장사는 6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지속을 위해 공시 이후 피드백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일보가 16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을 분석한 결과 상장사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133곳(코스피 108, 코스닥 25사) 중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이행 현황을 공지한 기업은 메리츠금융지주 에프앤가이드 J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키움증권 에스트래픽 6곳이다. 밸류업 계획 공시 기업의 4.5%에 불과한 수준이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해 7월 14일 최초로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뒤 8월 14일, 11월 13일, 지난 2월 19일 세 차례에 걸쳐 이행 현황을 발표했다. 공시에는 2024년 2·3분기, 2024년 전체 이행 내용이 담겼다. 메리츠금융지주 측에 따르면 밸류업 이행과 관련한 공시 의무 규정이 없지만 분기별로 연 4회 밸류업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소각 수익률과 총주주수익률(TSR) 등을 지속해서 공지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인다는 취지다. 에프앤가이드도 지난해 8월 14일 2분기 이행 현황을 올렸고, J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키움증권 에스트래픽은 올해 들어 지난해 이행 자료와 올해 밸류업 추진 계획을 함께 공지했다.

금투업계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 전반이 기업의 완전한 ‘자율’로 이뤄지다 보니 공시 이후 평가나 피드백 과정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최초 밸류업 공시는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만 이행 사항을 점검할 공식적인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행 공시 기업 현황도 따로 발표되지 않는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TSR 등 밸류업 공시에 포함되는 내용 중 수치화할 수 있는 부분을 선정해 일종의 ‘체크리스트’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숙제를 하고 채점과 피드백을 해야 좋은 평가가 이뤄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하지만 거래소는 매년 밸류업 우수 기업을 선정해 피드백 과정을 갈음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거래소는 밸류업 관련 인적·물적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 상장기업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수립, 공시 지원을 위해 지난 4월 8일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한 데 이어 해당 프로그램을 매달 개최할 계획이다. 평가보다 지원책 위주로 밸류업을 유도하겠다는 생각이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