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망스러운 경선판… 정치를 바꾸려는 의지가 안 보인다

입력 2025-04-17 01:20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 경선이 본격화했다. 민주당은 16일 이재명 김경수 김동연 후보에 대한 충청권 당원 투표를 진행하며 12일간의 레이스를 시작했다. 11명이 후보로 등록한 국민의힘은 김문수 나경원 안철수 한동훈 홍준표 등 8명을 추렸고, 22일 1차 경선을 실시한다. 이 무대는 두 당의 후보 선출 절차를 넘어 비상계엄 이후 국가적 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한국 정치가 드러낸 한계를 성찰하고 미래의 비전과 방법론을 경쟁하면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찾아야 하는 자리다. 그 시작을 알린 이날, 두 당이 유권자에게 내민 경선 구도와 그에 담긴 메시지는 실망스러웠다.

민주당은 ‘어차피 이재명’이란 통념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당원 표심 반영률을 높인 경선 룰부터 후보 토론 횟수를 줄인 세부 규칙까지 이재명 대표를 위해 깔린 판이란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그나마 둘뿐인 경쟁 후보 캠프에선 현역 의원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170석 거대 정당이 이 대표에게 쏠려 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지적했듯 탄핵 남발, 입법 폭주 등 이 대표 주도의 극단적 정치 행태도 이 상황을 부른 원인의 하나였다. 그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이런 경선 무대에서 제기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국민의힘은 많은 후보가 출마했지만 다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이재명 정권이 들어서면 비양심·패륜·범죄의 나라가 된다.”(홍준표) “위험한 사람(이재명)의 괴물 정권이 나라 망치는 걸 막아야 한다.”(한동훈) 이 대표를 조폭에 빗대는 ‘드럼통’ 퍼포먼스(나경원)가 등장했고, 결집을 외치는 이들도 ‘반명(反이재명) 빅 텐트’를 말하고 있다. 후보들의 이런 메시지는 지난 3년간의 ‘윤석열 대 이재명’ 싸움에서 윤석열 자리를 대신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치 실종을 부른 대결 정치를 뛰어넘겠다는 비전과 전략을 찾아보기 어렵다.

두 당 경선판이 말하고 있는 ‘어차피 이재명’과 ‘이재명은 안 된다’의 싸움으로 대선이 귀결된다면 국민이 원하는 변화와 개혁은 요원해질 것이다. 두 당 모두 구태의연한 대결 구도에서 탈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