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단체복은 오래된 전통이다. 축제나 엠티(MT) 때 같은 학교, 같은 과 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을 키우기 위해 단체복을 입곤 했다. 1990년대 무렵엔 1만원 안팎의 ‘과티’가 유행했다. 칼라 없는 저렴한 단체티였다.
2010년대 전후엔 해외에서 영향 받은 듯 ‘후드집업’(hood zip-up·후드티)이 대학가 단체복으로 많이 퍼졌다. 모자가 있고, 지퍼로 여닫을 수 있는 편리한 옷이라 대학생들이 일상복처럼 많이 입고 다녔다. 그런 편리함에 길들여진 때문인지 마크 저커버그 같은 해외 빅테크 창업자들은 성공한 지금도 대학 시절의 후드집업을 즐겨 입곤 한다.
요즘의 대학생 단체복은 ‘야구 과잠’이 대세다. 번화가에 가면 야구 잠바 스타일의 과잠을 입은 학생들이 수두룩하다. 학교 로고나 이름도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과잠이 마치 대학생 신분증이 된 듯하다. 지난달 한 대학에 80대 할머니가 입학해 화제였는데, 할머니도 입학식날 야구 과잠 차림이었다.
그런 과잠이 우리 사회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징으로 부각되는 경우가 잦아졌다. 지난가을 동덕여대 학생들은 남녀공학 전환 추진에 반대해 학교를 상대로 과잠 반납 투쟁을 벌였다. 공학이 되면 학교 다닐 의미가 없다는 메시지였다. 지난해 말 성신여대가 2025학년도 외국인 특별전형 모집요강에서 신설 국제학부에 외국인 남학생의 지원을 받기로 하자 역시 과잠 반납 운동이 전개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최근 서울 한남동 관저를 떠날 때에도 과잠이 눈길을 끌었다. 윤 전 대통령이 여러 대학의 과잠을 입은 학생들과 악수하고 포옹하는 장면이었다. 비록 탄핵됐으나 청년층은 자신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날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흘리던 과잠 대학생들은 지난겨울 엄동설한에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며 응원봉을 흔들던 젊은이들과 극명히 대조된다. 청년 세대라고 의견이 다 같을 수야 없겠지만, 너무나 극과 극인 두 장면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분열’이 걱정됐다.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