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본래 마르다와 그 동생과 나사로를 사랑하시더니.”(요 11:5)
성경에는 예수님의 공생애 기간 중 특별한 관계가 기록되어 있다. 바로 베다니 마을에 살던 마르다와 마리아 그리고 나사로 삼남매와의 친밀한 관계다. 바쁜 사역 중에도 예수님은 이들의 집을 찾아 교제하며 깊은 우정을 나누셨다. 심지어 나사로가 죽었을 때 “예수께서 눈물을 흘리시더라”(요 11:35)는 구절은 그 관계의 깊이를 보여준다.
이 성경의 일화가 오늘날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을 위한 멘토링에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예수님은 단순한 스승이 아닌 친구로서 이들과 관계를 맺으셨다.
국민일보가 삼성, 한국교회와 함께 전개하는 ‘자립준비청년에 희망디딤돌을’ 캠페인이 3년 차를 맞아 기존 자립준비청년뿐 아니라 예비자립준비청년까지 멘토링 대상을 확대한 것은 이런 측면에서 유의미한 진전이다.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아동·청소년들이 20세가 되어 시설을 떠나기 전부터 멘토링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자립 후 겪게 될 어려움을 예방하려는 취지다. 바람이 불기 전에 지붕을 수리하는 지혜와 같다.
자립준비청년들이 갑작스러운 독립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지난 3년간의 캠페인을 통해 드러난 현실적인 문제(불안정한 주거, 경제적 어려움, 관계의 부재, 정서적 불안정)는 이들에 대한 지원이 퇴소 이후가 아닌 그 이전부터 시작돼야 함을 말해준다.
예수님이 제자들을 파송하시기 전 3년간 함께 생활하며 준비시키셨듯이 예비자립준비청년들도 자립의 순간을 맞기 전에 충분한 준비와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
서울 순전한교회(이태재 목사)가 ㈔야나와 협력해 보육원 아동을 대상으로 펼치는 멘토링 사역은 이런 선제적 접근의 좋은 모델이다. 교회 성도 중 6가정이 6명의 보육원 아동과 일대일 결연을 맺고 주 1회 만남을 지속하는 이 사역은 아이들이 아직 시설에 있는 시절부터 어른들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형성할 수 있게 한다. 현재 멘티 아이들은 초등학교 1학년과 3학년으로 자립의 시기까지는 먼 미래이지만, 유년기부터 형성되는 관계와 경험이 미래의 자립 과정에서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여의도문화포럼(이사장 이영훈 목사)도 예비자립준비청년들에게 다양한 문화와 여가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13년 설립된 여의도문화포럼은 여의도순복음교회 가스펠선교회 사회사업실 소속 청년들로 구성돼 매달 뮤지컬 관람, 인터넷 중독 예방 강연, 장애인과 함께하는 문화봉사 활동 등을 통해 멘토링을 진행한다.
예수님과 베다니 가족의 관계가 특별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그들이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함께 나눴기 때문일 것이다. 복음서는 예수님이 그들의 집에서 식사 교제를 하고 때로는 마리아가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부으며 함께하는 교제의 순간들을 기록한다.
순전한교회의 멘토링도 이러한 일상의 나눔을 중시한다. 멘토들에게 이벤트성 만남보다 평범한 일상을 접할 수 있도록 권하고 있는데 진정한 멘토링의 힘은 화려한 프로그램이 아닌 일상적 관계에서 나온다.
일상의 관계가 특히 예비자립준비청년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그들이 집단생활에서 개인 생활로 전환될 때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바로 일상 관리이기 때문이다. 식사 준비, 살림살이, 생활 리듬 유지와 같은 기본적인 생활 기술을 자연스럽게 배울 기회는 예비자립준비청년 시기의 멘토링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제공될 수 있다.
지난 3년간 캠페인 취재를 하면서 느낀 점은 그리스도인들 마음에 자립준비청년 등을 향한 긍휼함이 크다는 것이었다. 이는 하나님에게서 온 것으로 생각한다. 한 영혼을 품는 이 사역이야말로 교회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본다. ‘자립준비청년에 희망디딤돌을’ 캠페인이 더욱 확산해 모든 자립준비청년과 예비자립준비청년들이 자신만의 베다니를 찾길 소망한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