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 인공지능(AI)용 반도체 H20 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했다.
엔비디아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서 “지난 9일 미 정부로부터 H20 칩을 중국에 수출할 때 허가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14일 정부는 이 조치가 무기한 적용될 것이라고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H20 칩이 중국 슈퍼컴퓨터에 사용될 위험을 해소할 목적이라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H20 칩은 엔비디아의 최신형 AI 반도체보다 연산 능력이 떨어지지만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아 중국에 판매할 수 있는 최고급 사양 모델로 평가된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와 틱톡 운영사인 바이트댄스 등 중국 IT 기업들이 H20 칩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IT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지난 1~3월에만 160억 달러(22조8000억원) 이상의 H20 칩 주문이 중국에서 들어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관세전쟁에서 중국을 더 강하게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는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됐다. 이날 공시에서 “회계연도상 오는 27일 만료되는 1분기에 55억 달러(7조8300억원)의 손실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뉴욕증시 정규장에서 1.3% 올랐던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6.3% 하락했다.
미국 정부는 2022년 10월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칩 제조 업체들의 중국 수출을 처음 제한한 데 이어 그 대상 품목과 국가를 확대해 오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