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이 한국 의료 정책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번에는 군의관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다. 필수과 기피, 의정 갈등, 대학병원의 구조적 문제 등도 강도 높게 질타했다. “한평생 외상외과에서 열심히 일했지만 바뀐 건 하나도 없었다. 내 인생은 망했다”라는 말까지 했다. 오죽했으면 ‘탈조선’이라고 한탄을 했겠는가. 중증외상센터의 비참한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중증외상 등 필수과 기피는 오래된 일이다. 외상센터 명맥 유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외상학 세부 전문의를 취득할 수련 전임의 7명에게 1인당 총 1억2400만원을 지원하기로 하고 최근 모집 공고를 냈지만 단 2명만 신청하는 데 그쳤다. 21일까지 추가 모집하지만 정원을 채울지는 미지수다. 중증외상 전문의의 ‘멸종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외상 전문의가 돼서 외상센터에서 근무하면 강도도 센 데다 개원하는 것보다 대체로 수입이 적다. 외상센터 자체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력마저 줄면 외상센터 유지는 더 힘들게 되는 것이다. 고려대 구로병원의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는 최근 지원금 삭감에 문을 닫을 위기에까지 놓였다가, 서울시가 5억원을 투입해 가까스로 유지되기도 했다. “난 연간 10억원이 넘는 적자를 안기는 의사”라는 이 병원장의 말은 시사하는 바 크다.
외상외과 전문의들은 추락·화재·교통사고 등 급박한 상황에서 꺼져가는 목숨을 살리는 이들이다. 환자의 상당수는 공사 노동자 등 위험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사회적 약자들이다.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의 명대사처럼 누구나,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나 우리는 재난·사고를 당할 수 있다. 단지 돈을 못 벌어다 준다는 것만으로 외상센터가 홀대받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지원은 결국 국민 생명을 지키는 최소한의 투자인 셈이다. 수가를 현실화하고, 일관적인 정책 지원이 뒤따라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