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소모임 못 오는 성도 오세요” 온라인으로 맞춤사역 ‘ON’

입력 2025-04-17 03:00
탁구 금메달리스트 양영자(가운데) 선교사가 지난해 11월 서울 온누리교회 온라인 커뮤니티에 초청돼 이기훈(왼쪽) 목사와 얘기하고 있다. 오른쪽은 온라인 커뮤니티 개강예배에서 말씀을 전하는 여성민 목사. 온누리교회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개인적인 사유로 공동체 소그룹 모임에 참여가 어려운 성도들을 위한 비대면 온라인 양육 플랫폼.’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에 입장하면서 마주한 문구에서 모임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서울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가 펼치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온커) 현장이다. 출퇴근이 일정하지 않거나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등 여러 이유로 소그룹 모임에 나오기 힘든 성도들을 비대면으로 돌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다.

지난 8일 오후 진행된 온라인 예배는 찬양으로 시작을 알렸다. 여성민 온누리교회 목사가 특강에 나섰다. 특강 시간은 단 20분이었다. 참석자들이 부담 없이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일부러 시간을 줄였다.

이어 소그룹 모임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소그룹마다 5~6명씩 모인 참석자들은 ‘방학 동안 가장 기뻤던 일은 무엇인지’ ‘하나님께서 우리 생애에 기적을 베풀어 주신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등을 주제로 이야기했다. 모임은 1시간이 채 안 돼 마무리됐다. 짧았지만 신앙적 교감을 형성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각지대 해소 위한 눈높이

‘온커’는 여러 사유로 양육의 사각지대에 있는 성도들이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시작됐다. 교회가 성도들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시간이 없어서’(37.6%) ‘관계에 어려움을 느껴서’(26.8%) 등의 이유로 소그룹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 성도들이 많았다. 교회는 이를 반영해 또 하나의 ‘맞춤 사역’에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교회는 온커 참석 대상을 한정하지 않는다. 주일예배만 참석하는 ‘선데이 크리스천’을 비롯해 ‘안 나간다’는 뜻의 ‘가나안’ 교인, 과거 교회 모임에서 상처를 받은 사람, 경조사로 예배에 참석하지 못한 교인, 해외 거주 유학생 등 모두가 참석 대상이다. 온커는 해마다 반기별로 1회씩 진행된다. 이번 반기 참석자는 200명을 넘어섰다.

여 목사는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온커는 성도들이 신앙의 일상성을 회복하고 공동체와 연결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며 “교회에서 상처를 받았거나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도 다시 발걸음을 뗄 수 있도록 다가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온커는 교인뿐만 아니라 한 번쯤 교회에 출석하고 싶은 이들도 참석할 수 있다.

생활언어로 포용하는 맞춤 사역

온커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교회의 사역을 넘어서 기독교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교회를 편하게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다가간다. 여 목사는 “온커는 각 세대와 상황에 맞춘 전도사역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교인과 비신자 눈높이에 맞춘 사역은 그 공동체가 성령으로 세워지고 열매를 맺는 결실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온누리교회는 지난 20여년간 직업군과 세대 등에 따른 맞춤 전도사역을 펼쳐왔다. 현대인의 필요와 복음 사이 접촉점을 발견해 복음을 ‘생활언어’로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아버지를 초청할 수 있는 ‘아빠, 캠핑가자’, 탁구인을 대상으로 한 ‘핑퐁 in Love’ 등이 그 예다.

온커도 이 같은 패러다임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 목사는 맞춤형 사역을 위한 3단계로 재미(Fun) 의미(Meaning) 복음(Message)을 제시했다. 대상자의 관심을 끄는 아이템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되새긴다. 그러면서 복음을 직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여 목사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예수는 좋으나 교회엔 나가기 싫어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며 “또 기독교 진리에 대해 피상적으로 알고 있으면서 동시에 정서적 소외감을 느끼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들을 포용하기 위해선 단순히 거리에서 외치는 사역이 아니라 대상자를 중심으로 세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개별 교회들이 문화의 장벽을 허물고 각자 사정에 따라 저마다의 색깔을 입힌다면 복음 전파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