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시되 아버지여 만일 아버지의 뜻이거든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내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 하시니.(눅 22:42)
Father, if you are willing, take this cup from me; yet not my will, but yours be done.(Luke 22:42)
군사독재 시절 일입니다. 억울하게 끌려온 사람들이 무릎 꿇고 있는데 어디선가 나비 한 마리가 들어왔습니다. 나비는 밖으로 나가려고 애를 썼지만 번번이 창에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그때 한 사제가 일어나 나비를 조심스레 감싸고 총을 든 군인 앞을 지나서 문 앞에 놓아주고 앉았습니다. 한 청년이 물었습니다. “두렵지 않으셨습니까.” 그가 대답했습니다. “두렵지 않으려는 것은 신이 되겠다는 것과 같은 생각입니다. 살려고 발버둥 치는 작은 생명을 구하고 싶었습니다.”
예수님이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셨다는 것은 우리처럼 굶주리고 목마르셨다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 외로움 슬픔의 모든 감정을 함께하셨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날 밤, 십자가를 앞에 두고 주님은 우리처럼 고뇌하셨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주님은 하나님의 뜻을 선택하셨습니다. 믿음은 나로부터 하나님에게로 옮겨가는 여정입니다. 내 눈물로부터 하나님의 눈물로, 내 아픔으로부터 하나님의 아픔으로, 내 꿈으로부터 하나님의 꿈으로. 믿음이 깊어질수록 나는 작아지고 하나님은 커집니다.
백광흠 목사(한무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