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 탄소 흡수원 삼림, 그리고 시민의 역할

입력 2025-04-17 00:34

우리 국토 63% 차지하는 삼림
연간 온실가스 3350만t 흡수

1인당 배출량 상쇄하려면
30년간 나무 60그루 심어야

한 사람의 작은 실천 모으면
기후위기 대응 실질적 힘 된다

따뜻한 봄이 찾아왔다. 최근 경북 의성과 영덕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의 복구 과제가 남았지만 산에는 푸른 기운이 돌고 거리에는 벚꽃, 개나리꽃, 진달래꽃이 피어난다. 겨우내 이어졌던 걱정과 무거움도 점차 가라앉고 있다. 하지만 올해 식목일은 유난히 조용히 지나갔다. 어릴 적 학교에서 친구들과 나무를 심으며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던 기억에 이런 조용함은 다소 아쉽다. 한편으론 과거 민둥산이 많던 시절에 비해 지금은 전국적으로 숲이 잘 가꿔졌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산림은 단순한 자연공간이 아니다. 생물다양성의 터전이며 사람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도시 미세먼지를 줄여주는 완충지대다. 특히 산림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줄기, 가지, 뿌리 등에 저장하기 때문에 기후위기 대응에서 중요한 ‘탄소흡수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정부와 기업은 전력, 산업, 교통, 건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감축 노력을 기울이지만 화석연료에 대한 사회경제적 의존도가 높아 단기간 내 획기적 감축은 어렵다. 따라서 배출 저감과 함께 탄소 흡수 능력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며, 그 중심에 산림이 있다.

국토의 약 63%가 산림인 우리나라는 2023년 기준 약 3350만t의 온실가스를 흡수하고 있으며, 이는 국민 1인당 약 700㎏에 해당한다. 국가 총 배출량 약 6억3000만t의 5.4% 수준으로, 결코 적지 않다. 이는 국내 시멘트산업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는다. 개인 수준에서 국민 1인당 온실가스 배출은 약 2t에 해당되지만, 이 중 약 600㎏가 전기 사용으로 발생한다. 전기화는 탄소중립 전환에서 큰 출발점이 될 수 있으므로 이를 먼저 고려한다면 산림이 이를 충분히 상쇄할 정도의 크기를 갖는 온실가스 흡수원이기도 하다.

기후위기에 관심 있는 시민이라면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내가 배출한 온실가스를 상쇄하려면 나무를 얼마나 심어야 할까?” 물론 나무 종류나 생육 환경에 따라 흡수량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성장기 나무 한 그루는 연간 약 10㎏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따라서 개인 전기 사용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상쇄하려면 성장기 나무 약 60그루가 필요하다. 나무가 매년 계속 자란다고 가정하면 내가 심은 나무들은 30년 동안 내가 배출한 온실가스를 상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계산은 ‘성장하는 나무’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실제로 2018년 4130만t에 달했던 산림 탄소흡수량은 점점 줄어 2050년에는 2530만t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따라서 기존 산림의 흡수 효과를 유지하려면 성장기 산림을 유지하기 위한 체계적인 산림 경영도 필요하다.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주변 여건상 직접 나무를 심고 관리하기 어려우니 공동체나 지역사회, 또는 사회운동 차원에서 함께 실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내가 전기 사용에서 배출한 탄소는 내가 나무로 갚는다’는 취지의 시민운동을 시작할 수 있다. 나무를 심고 가꾸거나 기부로 참여할 수 있으며, 국내 배출권 가격이 탄소 1t당 약 1만원으로 전기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

이는 개인 차원의 탄소중립 실천 방안이 될 수 있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정부나 기업에 보다 적극적인 탄소중립 추진을 요구하지만 개인적 차원에서 함께 실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우리의 온실가스 배출은 전기 사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음식 조리, 난방용 도시가스, 출퇴근용 자동차 등 일상 속 다양한 활동에서도 상당한 배출이 이뤄진다. 따라서 나무 심기나 기부는 이러한 다양한 배출원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 모이면 그것이 기후위기 대응의 실질적인 힘이 된다. 나무를 심고 관리하는 자발적 탄소 상쇄 활동은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자율적이고 책임 있는 시민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더욱 소중해진다. 나부터 실천할 때 우리는 정부나 기업에 더 당당하게 변화와 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 동시에 이러한 자발적 탄소 시장은 탄소중립 이행을 뒷받침하는 민간 기반을 넓히는 계기가 되며, 더 나아가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이끄는 정치적 동력이 될 수 있다. 나무 한 그루, 목재 한 조각의 작은 변화가 모여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첫걸음이 된다.

윤제용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