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 의창구의 봄 풍경… ‘하늘 받치는 기둥’ 위 화사한 연분홍 꽃향기

입력 2025-04-16 23:09
경남 창원시 의창구 천주산 정상 주변 진달래가 화려한 연분홍빛을 자랑하며 '천상 화원'을 연출하고 있다. 진달래 군락지 속 전망대가 사진 촬영 인기 포인트다.

진달래는 봄날 우리 산하에서 친숙하게 만날 수 있는 꽃이다. 두견새의 한 맺힌 피가 땅에 토해져 연분홍 진달래꽃이 됐다는 두견화가 진달래꽃이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로 시작하는 김소월의 시로 유명하다.

진달래는 비슷한 색깔의 철쭉과 다르다. 진달래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지만 철쭉은 잎과 꽃이 함께 핀다. 잎 모양도 진달래는 둥글지만 철쭉은 진달래에 비해 뾰족하다. 꽃 색깔은 진달래가 조금 더 선명하고 진하다. 개화 시기도 진달래가 더 빠르다. 진달래는 이름도 많다. 참꽃, 두견화, 귀촉화, 안산홍 등 모두가 진달래를 일컫는다.

진달래는 팀플레이를 중시한다. 개별보다는 군락지로 어우러져야 멋있다. 제대로 된 진달래 군락지를 보려면 약간의 수고를 하며 산에 올라야 한다. 우리나라 대표 진달래 군락지는 대부분 산이다. 전남 여수 영취산, 인천 강화 고려산 등과 함께 진달래 명소로 꼽히는 곳이 경남 창원시 의창구 천주산(天柱山·638.8m)이다.

천주산은 의창구와 함안군 칠원읍에 걸쳐 있는 산으로 ‘하늘을 받치는 기둥’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원수 선생이 쓴 동요 ‘고향의 봄’의 배경이 된 곳으로, 연분홍과 진분홍 진달래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천상 화원을 연출한다.

출발지는 천주암이나 달천계곡이다. 두 길은 만남의 광장에서 만난다. 땀을 좀 흘려야 정상의 진달래 군락지에 도착한다. 이른 아침 일출과 함께 보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정상 부근에 이르면 연분홍 물감을 흩뿌린 듯한 진달래 군락지가 광활하다. 비현실적인 핑크빛 낙원이 수고를 보상해 준다. 산책로 전망대가 인기 촬영 포인트다.

전망대 바로 위가 정상 용지봉(龍池峰)이다. 창원시 일대가 시원하게 조망된다. 마산만이 선명하게 보이고 고층 아파트가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솟았다. 반대쪽은 멀리 마금산 온천 단지가 아스라하고 오른쪽 백월산과 굴현고개 너머 구룡산 사이로 주남저수지도 보인다.

신록이 싱그러운 주남저수지의 산뜻한 풍경.

주남저수지는 의창구 동읍의 저수지로 농업·공업용수 공급, 홍수 조절 기능을 한다. 가창오리·재두루미·저어새·고니 등 철새도래지로 유명하지만 봄이 되면 따뜻한 햇살과 어우러진 신록이 산뜻한 풍경을 선사한다.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하며 조용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겨울 철새는 떠났지만 오리류 등 텃새로 변신한 철새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노닐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주남저수지에서 가까운 의창구 동읍 죽동마을과 대산면 대방마을 사이 메타세쿼이아 길도 서서히 인기를 얻고 있다. 봄철 초록색으로 변해 모내기를 위해 대어놓은 물에 반사되면서 멋진 풍경을 만들어낸다. 가을에는 황금빛 물결 위로 살짝 누런빛을 머금은 가지들이 쭉쭉 뻗는다. 겨울에는 잎을 모두 떨어낸 가지들과 텅 빈 들판이 함께 어울리며 색다른 느낌을 안겨준다.

초록색으로 물들어 가는 죽동마을 메타세쿼이아 길.

죽동마을에 현지인도 잘 모르는 ‘알바위’가 있다. 군데군데 성혈이 새겨진 바윗덩어리다. 고인돌의 덮개돌에 많이 나타나고 있는 알바위의 성혈은 여성 성기를 상징하는 것으로,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민간신앙 유적이다.

한적한 농촌 들판에 우뚝한 ‘나홀로 나무’.

인근 대산면 ‘나홀로 나무’도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신동 당목’으로 불리는 수령 200년의 상수리나무다. 한적한 들판에 우뚝한 나무는 주변 밭에 청보리가 자라는 봄과 황금들녘을 이루는 10월에 풍경을 더한다.

북면 동부마을에는 ‘우영우 팽나무’가 유명하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해 ‘스타’가 된 ‘소덕동 팽나무’다. 소덕동이라는 가상의 마을이 도로 건립 계획으로 존폐 위기를 맞이했지만, 마을의 당산나무이자 아름다운 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마을을 지켜낸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동네 뒤 야트막한 독뫼산에 자리 잡은 팽나무는 높이 16m, 둘레 6.8m로, 어른 5~6명이 안아야 할 만큼 크다. 수령은 500살로 추정된다.

이 나무는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드라마처럼 천연기념물이 됐다. 이전 천연기념물 노거수(老巨樹·오래되고 큰 나무)로 지정된 팽나무는 경북 예천 금남리의 황목근(팽나무)과 전북 고창 수동리에 있는 팽나무 단 2건뿐이다.

여행메모
천주산주차장~정상 3㎞, 1시간여 소요
마금산온천 피로 회복… 땅콩콩국수 별미

상부 표면에 성혈이 새겨진 ‘알바위’.

경남 창원시 천주산 산행 들머리인 천주암과 달천계곡에는 무료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내비게이션에서 천주산주차장(의창구 소답동 740)을 검색하면 된다. 이곳에서 출발하면 천주암 갈림길~천주산 누리길~낙남정맥(공동묘지)~천주봉 표석~만남의 광장~533.1m봉~진달래 군락지~천주산 정상(용지봉)으로 약 3㎞ 이어진다. 1시간 남짓 걸린다.

초입에 선정을 베푼 창원대도호부사 장붕익을 기리는 '부사 장공 붕익 운거 만고명엄 선정비'가 있다. 천주봉은 영남권에서 발생한 대형산불 여파와 산불경보 '심각' 발령 등에 따라 출입 통제 중이다. 지난 5~6일 열릴 예정이던 '제27회 천주산 진달래 축제'도 취소됐다.

여행의 피로는 인근 마금산온천에서 풀면 좋다. '북면온천'으로도 불리는 마금산온천은 세종실록지리지·동국여지승람 등 고문헌에도 기록돼 있다. 약알칼리성 수질로 평균 수온이 55도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나트륨·철·칼슘·라듐 등 20여종의 광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피부병·잠수병 등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금산온천단지에서는 이색 먹거리인 땅콩콩국수를 먹어보자. 잘 삶은 땅콩을 온천수와 함께 갈아내 평범한 콩국에 비해 고소함이 두 배다.



창원=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