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협상 서두르는 美… 신중론 무게 두는 韓

입력 2025-04-15 19:08 수정 2025-04-15 19:09
국민일보DB

본격적인 관세 협상을 앞둔 미국이 ‘먼저 협상할수록 유리할 것’이라며 한국을 비롯한 우방국에 조속한 합의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오락가락해 온 미국의 관세 정책을 지켜본 한국 일본 등 협상 당사국에선 ‘신중론’이 부각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지난주에는 베트남, 16일에는 일본, 다음 주에는 한국과 협상을 진행한다”면서 “협상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특히 “먼저 움직이는 나라에는 선발주자의 이득(first mover advantage)이 있을 것”이라며 ‘속도전’을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일본 영국 호주 인도를 우선협상 대상으로 꼽았다.

다음 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방미를 통해 ‘패키지 협상’에 나서는 한국은 무역 균형 실현과 비관세 장벽 철폐를 위한 카드를 패키지에 대거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각별한 관심을 보인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가 주요 카드로 거론된다. 통상 당국도 현지를 찾아 사업성 검토 절차에 돌입한다. 최남호 산업부 차관은 이날 한 강연에서 담당자의 출장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바람처럼 조속한 합의가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8~9일 워싱턴DC를 방문한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향후 미국과의 협상은 단판 승부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인 제약도 있다. 2개월 후 차기 정부가 들어서는 조기 대선 상황에서 ‘패키지딜’을 처리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 역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15일 마이니치신문은 16~18일 미국을 찾는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빠르게 협상을 매듭지으면 좋다는 식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전날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미국 설득을 위한 무기 구매안에 대해 “경솔하게 카드를 내놓는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구난방 관세 정책을 감안하면 한국이 앞서나갈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김종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안보실장은 “발표했던 관세도 갑자기 유예되는 상황에서는 무엇을 주고받을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다”면서 “협상에는 긴밀하게 임해야겠지만 먼저 내주려고 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도 “먼저 양보하더라도 다른 나라보다 유리하게 합의한다는 보장은 없다”면서 “그런 관점에서 보다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