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0개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강의실로 돌아오지 않는 의대생들을 유급시키겠다고 경고했다. 의대생 사이에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구제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데 대해 “새 정부 출범과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의학 교육 현장을 책임지는 의대 교수 대표들이 ‘유급 데드라인’을 앞두고 내놓은 경고여서 상당한 무게감을 갖는다는 평가다.
KAMC는 15일 전국 40개 의대·의전원 학생에게 보내는 글에서 “교육부와 총장협의회는 2025학년 학사 운영은 학칙 준수가 기본 방침이고, 학사 유연화 계획이 없음을 여러 번 확인했다”며 “의대 학장은 이 방침에 예외를 둘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의학과 4학년은 각 대학이 정한 복귀 시한을 넘기면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응시는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KAMC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본과 4학년의 유급 여부를 결정하는 의대는 32곳이다.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서울·원주) 울산대 등 13곳은 이날까지 유급 여부가 결정된다. 가톨릭대 전남대 등 나머지 의대 19곳은 30일까지 차례로 유급을 결정한다.
수업 거부 중인 본과 4학년이 먼저 유급 처분을 받는 이유는 의사 국가고시 응시에 필요한 필수 임상실습 시간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 따르면 필수 임상실습 기간은 주 36시간 이상 총 52주다. KAMC는 이달 말까지 대학별로 주어진 유급 시한을 지나면 물리적으로 필요한 실습시간을 채울 수 없다고 본다.
KAMC는 유급 처분 이후 되돌릴 방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의대생들 사이에 퍼진 ‘유급되더라도 구제될 것’이란 낙관론을 일축한 것이다. KAMC는 “의대 학사 정상화는 새 정부 출범과 무관함을 인식해야 한다. 정치적 상황이 학사 유연화 등의 여지를 열어줄 수 있다는 판단은 정확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2024·2025학번의 분리 교육 계획이 물거품이 된다는 점도 짚었다. 2024학번이 2030년 여름에 졸업하기 위한 법적 학업 기간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KAMC는 “후배의 미래와 의사 양성 시스템에 어려움을 주지 않도록 모두 숙고해 달라”고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오는 20일 전국의사총궐기대회 참석을 독려하고 나섰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이날 대회원 호소문을 내고 전공의와 의대생을 향해 “의료의 본질을 지키는 싸움을 함께 시작하자”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