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 여파로 미 국채 가격이 연일 하락하고 있다. 미 국채가 안전자산으로서 기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지만 증권가에선 이번 가격 하락을 관세에 의한 단기 충격으로 보고 오히려 매수 기회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15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7일(현지시간) 4.201%에서 14일 4.383%로 4.33%(0.182% 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7일에는 장중 3.83%에서 8일 4.20%까지 오른 뒤 9일에는 4.47%까지 상승했다. 이틀 만에 0.6% 포인트 이상 오른 것이다. 2001년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여서 금리가 올랐다는 건 그만큼 가격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CNBC방송 등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가격 폭락은 중국과 일본 등에서 미 국채를 투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관세전쟁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미 국채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을 중심으로 국채를 팔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하락에도 미 국채의 펀더멘털에는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관세에 의한 일시적인 변동이라는 얘기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은 이미 경험했고 중국을 제외한 나라들은 관세부과 유예로 충격의 정도가 줄어들 것”이라며 “향후 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지금은 장기채 매수 타이밍”이라고 설명했다. 최은영 한국투자신탁운용 해외FI운용부 수석도 “금융자산 변동성이 급격하게 확대되면 미 연방준비제도의 개입이나 국채 수요를 확대할 수 있는 정책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장기채 가치 상승에 베팅한 투자자들도 늘었다. 전날 기준 개인들이 순매수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2위에 한투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가 이름을 올렸다. 4월 들어서만 이 상품에 101억원이 유입됐다. 개인은 통상 ETF나 펀드,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랩·신탁) 등을 통해 채권에 투자한다. 저가 매수 후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론적으로 미 국채 금리 급등은 한국 국채 금리 급등에도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 국채 상승의 원인이 복합적이어서 국내 채권 시장은 견조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과의 불확실성이 국내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해 오히려 한국 채권은 강한(금리 하락) 모습”이라며 “달러 약세까지 진행되면서 한국은행의 운신의 폭도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