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법이란 뜻” 법원서 수어 강연… 장애인 고충도 공유

입력 2025-04-16 02:31
장민영 서울수어전문교육원 과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청심홀에서 수어로 강연을 하고 있다. 오민석 서울중앙지법원장 등 법관들과 법원 직원들이 수어통역사의 음성으로 강연을 경청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이건 ‘법’이라는 뜻입니다. 반대로 주먹이 아래쪽에서 손등을 치면 무엇일까요? 바로 ‘불법’입니다.”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청심홀. 농인 강연자 장민영 서울수어전문교육원 과장이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구부린 채로 옆으로 쥔 주먹을 왼손 손바닥 위에 두 번 두드렸다. ‘법’을 수어로 표현한 후 ‘불법’도 설명했다. 오민석 서울중앙지법원장 등 법관들과 법원 직원들이 동작을 따라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20일 제45회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눈으로 듣고 손으로 말하는 농사회 이해하기’ 강연을 열었다. 장 과장이 무대 위에서 수어로 하는 강연은 송혜민 수어통역사의 음성으로 청중에게 전달됐다.

장 과장은 “농인은 청각장애인 중에서도 수어를 사용하고 시각문화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형광등 불빛을 껐다 켜서 주의를 환기하고 물건을 던져서 상대방을 부르는 등의 농문화도 소개했다.

법원에서 겪는 고충도 밝혔다. 그는 “재판에서 농인과 시선을 맞추는 자리에 수어통역사가 배치되는 게 중요한데 법정에 고정된 자리가 없다”며 “전문 자격증이 있어도 재판 용어 통역은 잘 못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부분을 매뉴얼화하면 농인들이 편안하게 통역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어려운 재판 용어를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통역 시간도 충분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 과장은 인사 표현을 비롯해 법, 재판, 검사 등 법률 용어 관련 수어를 알려줬다. 판사봉을 두드리는 듯한 ‘판사’ 수어를 소개할 땐 객석에서 웃음이 나왔다.

법원은 전날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한국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한국농아인협회 등과 간담회를 하고 장애인 전문재판부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오는 18일까지 시각장애인 예술가 박찬별 작가의 ‘나, 그리고 백 개의 망원경’ 전시, 시각장애인 전문연주단 ‘한빛예술단’의 음악회 등이 진행된다. 오 원장은 “이번 행사가 장애인 관련 사법제도 개선의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며 “장애인에게 실질적으로 평등하고 적정한 사법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